전범국가로서 역사적 책임 회피하지만
풍부한 문화예술자산 관광객 끌어들여
코로나19 유행으로 중단됐던 일본 무비자 여행·관광이 재개되었다. 동시에 한국인 관광객이 줄을 서고, 한국 대통령이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통 크게 양보했다고 발표했다.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한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와 나란히 참배하면서 예상처럼 강제징용과 위안부 동원의 가해자인 2차 세계대전 전범국 일본이 원폭 피해자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사찰단'이 아니 '시찰단'이 면죄부를 주고자 갔고, 미국은 한미일 미사일 방어훈련의 장소를 동해가 아닌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했다. 외교 성과를 발표하는 자들이 잠재적 G8이라고도 하고 심리적 핵 공유라고도 한다. 한국 대통령은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릎 꿇어야 한다는 생각은 못 받아들인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우리에게 일제는 무엇인가? 일본 제국주의 전범국가 일제(日帝)와 동시에 일본에서 만든 것들을 우리는 일제(日製)라고 불렀다. 곤도 마사히코의 <긴기라긴니 사리게나쿠> 앨범이 불법 카세트테이프에 담겨 마산 창동을 지배했던 1980년대 '제2 진주만 기습'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일본은 미국을 사들였다. 록펠러 센터(미쓰비시가 매입),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일본인·미국인 투자자가 파트너십을 체결해 매입)이나 컬럼비아픽처스(소니가 매입), 유니버설픽처스(파나소닉이 매입) 등을 싹쓸이했고, 고흐의 해바라기, 피카소나 르누아르를 비롯해 크리스티 경매장에 나온 세계 명화들을 모조리 사들였다. 이 시절 실제로 미술 전공자가 유명 화가의 원화를 보러 일본에 다니는 사례가 많았다. 국립서양미술관, 브리지스톤미술관, 모리미술관, 국립 신미술관, 요코하마미술관, 손보저팬 도고 세이지 미술관 등 수도권 미술관뿐 아니라 야마자키마작미술관, 나고야시 미술관, 히로시마 미술관 등 지방 미술관조차 그 컬렉션의 양과 질에서 한국과 비교되지 않았다.
'화려하지만 자연스럽게' <긴기라긴니 사리게나쿠>의 뽕끼 어린 댄스곡이 황금기를 즐기던 한 시대의 지나간 상징이 되었지만, 소니, 파나소닉, JVC, 도요타, 혼다, 캐논, 닌텐도, 사케와 스시, 도라에몽은 여전히 일제(日製)의 부러움이고, 해마다 10월이 되면 한국 사람들은 이웃 나라 일본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부러움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고백하지만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가는, 돈을 사랑하고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다는 욕망의 도시 오사카를 부러워했다. 박물관과 미술관에 인색한 우리 도시와 달리 오사카와 주변 도시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너무 많았다. 한국에는 아직도 제대로 된 인류학 관련 박물관이 없지만 오사카에는 역사박물관이 있었고, 국립민족학박물관을 비롯한 아베노 하루카스 미술관, 오사카 시립 미술관, 국제 신 미술관, 동양 도자기 미술관, 나카노시마 향설 미술관, 이 밖에도 주목할 만한 미술관이 널려있었다. 물론 1980년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일본의 17분의 1가량에 불과했기에 부러움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100만 도시 창원에는 아직 변변한 박물관 하나 없는데 시립미술관은 미적거리고, 볼거리 제대로 없는 도시가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을 하는 도시이기에 여전히 무라카미 다카시, 유니클로나 꼼데가르송 같은 부러움이 넘나들기에 요즘이 참 비루해진다! 이러면 일제(日帝)와 일제(日製)의 관계는 개선되는 것인가?
/ 황무현 마산대 미디어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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