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당론·청와대 입장, 홍 지사에 정치부담…정부 중재안 수용 여부 관심사

홍준표 지사가 갈림길에 섰다. 폐업을 강행하거나 중재안을 수용하는 두 가지다.

◇끝내 폐업할까 = 폐업을 강행하는 데는 현재 별다른 걸림돌이 없다. 여기저기서 불법·위법 논란이 있지만 공공 의료기관 폐업이 예측 못 했던 초유의 사태여서 어느 쪽 주장도 힘이 실리지 않는 상황이다. 이럴 때 '의지가 충만한' 추진 주체의 행위를 막을 존재는 별로 없어 보인다.

애초 도의회 조례 개정이 필수 선결요건으로 알려졌지만 오히려 무의미한 쪽에 가깝다. '법률 또는 조례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해산하지 아니한다'는 진주의료원 정관에 따른 것인데, 의무와 권한을 부과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법리에 따라 이 정관은 위법하고, 따라서 정관에 따라 공공 의료기관에서 진주의료원을 제외하는 조례안 개정 여부 또한 의미가 없다.

민주통합당이 상정해 놓은 지방의료원법 개정안(지방의료원 해산 때 인가를 받도록 하는) 또한 일정상 이달 중·후반에 처리되고, 새누리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통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황의 줄기를 바꿀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급 적용이 되지 않으므로 개정안 처리 전에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면 손 쓸 방법이 없다.

다만, 정치적인 부담은 있다. 이제 시작한 박근혜 정부의 공공의료정책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새누리당도 '폐업은 막아야 한다'는 기류가 퍼지고 있다.

십분 양보해 의료원 폐업이 지방자치단체 고유의 사무라 할지라도 제2, 제3의 진주의료원이 전국에 산재한 이상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휴업 발표 다음날인 4일 진주의료원 간호사는 바로 청와대로 올라갔다. 과녁은 홍 지사에서 박 대통령으로 옮겨가고 있다.

홍 지사가 아무리 '독고다이'지만 4선 국회의원 정치 이력으로 볼 때 자칫 고립무원이 될 선택을 하겠느냐는 분석은 이래서 나온다.

홍 지사가 즐겨 인용하는 시 중의 하나는 '아무리 높이 솟아 있어도 홀로 선 돌을 탑이라 하지 않는다'로 시작하는 '돌탑'(이정란 작)이다.

◇중재안 받아들일까 = 이 때문에 5일 국회에서 열리는 두 종류의 당정협의회로 눈이 쏠리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 간 업무보고가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 조진래 정무부지사가 참석해 경남도의 폐업 방침을 설명한다. 이어 오후 5시 홍 지사와 도내 국회의원의 당정협의회가 열린다.

현재 3자 개입은 불가피하다. 청와대건 국회건 보건복지부건 홍 지사가 폐업을 재검토할 명분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존치를 전제한 중재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은 기정사실로 된 상황이다. 어찌 됐든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새누리당 당론도, 해당 지역 국회의원 입장 모두 홍 지사의 '기차'("그래도 기차는 간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듯 만천하에 공개된 중재안을 홍 지사가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홍 지사는 3일 새누리당 사이 폐업에 부정적인 기류가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바로 그날 오후 휴업을 발표해 버렸다. 4일 아침 MBC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서는 여유와 호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중재안이 통할 시기를 놓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회건 지역사회건 노조건 얻을 것은 모두 얻겠다는 '밀(고)당(기기)'의 전략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호언장담하는 홍 지사의 다른 한편에는 진영 복지부 장관을 만나고 와 "찬반 표시는 안 했다"고 주장하고 당정협의회에서 진주의료원 건을 당부하려는 홍 지사도 있다.

다음 주면 어느 쪽이건 상황을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에는 국회가, 9일에는 도의회가, 13일에는 야권과 시민사회단체가 집결하는 전국 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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