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이노키 선수 등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절의 레슬링판은 참 재미 넘치는 볼거리였다. 기진맥진하여 질 것 같은 선수가 마지막 필살기인 코브라 트위스트 기술을 구사하면 상대방은 결국 항복하고 게임은 종을 쳤다. 다음부터 나는 코브라 트위스트가 나오면 게임아웃이란 걸 알게 되었다.

한때 대한민국 7대 도시로 이 나라 경제발전을 선도했던 마산. 전국 최초로 1억 달러 수출 달성으로 타 기업에 하면 된다는 신념을 불어넣었던 한일합섬을 위시하여 한국철강과 마산수출자유지역 입주기업의 대활약은 대한민국 성장의 젖줄이었다. 마산은 역동적인 도시였다. 창동과 어시장은 활력으로 넘쳐났고, 시민은 행복의 찬가를 불렀다.

그러나 정부의 공단 조성 계획으로 창원이 새로운 모습을 갖추면서 마산은 급속하게 쇠락의 길을 걸었다. 마산 성장 동력이었던 국내 정상 기업은 지역 선도자의 외면과 무대응 속에서 하나 둘 기업 생명을 마감했고 마산에 자리했던 많은 기관이 창원으로 이전하면서 마산은 성장 동력 없는 허약도시로 변했다.

통합 창원시 출범으로 마산은 새로운 부활을 꿈꾸고 있었다. 통합의 시너지 효과로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정책이 진정성 있게 진행된다면 마산의 옛 영광을 재현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통합 당시 통준위는 시 명칭과 시청사 부분에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 통합 시민에게 공표했다. 명칭은 창원시로, 시청은 마산 종합운동장과 진해 중 한 곳으로 정한다는 약속이었다.

며칠 전 창원시는 6000여만 원의 혈세를 들여 시민 여론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참 어이없는 일로 여겨졌다. 통합 당시 합의된 헌법 같은 정신을 실천해 나가면 될 사안을 시의회도 아닌 시가 나서서 결과와 의도가 비치는 여론조사를 하고 결과를 공표했다.

이러한 처사는 울고 싶은 마산 시민에게 뺨 때리는 격과 같다. 이는 창원시의 태동으로 성장 동력을 잃은 중병 든 마산에 레슬링의 마지막 필살기인 코브라 트위스트 기술을 구사하는 행위와도 같다. 항복하라고 하는 외침과 같이. 그러나 민주 성지 마산 시민을 모독하는 계산 착오이다.

마침내 침묵하던 마산 시민의 분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통합 창원시는 통합 이전 3개 시 지역의 이기적인 정치공학적인 발상에서 탈출해야 한다. 지금 마산의 소리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절규다. 지역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도·시의원, 창원시 등 모든 주체가 출신지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통합 정신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지금 여러 주체에서 마산에 건 코브라 트위스트를 제거해야 한다.

마산은 대한민국 민주 성지의 자존심을 간직하고 있다. 시민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통합의 정신을 훼손하는 그 어떤 행위나 세력에게도 민주 성지 마산 시민은 더는 침묵으로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날 대한민국 정권 역사를 바꾼 시민혁명의 힘을 발현해 나갈 분노의 힘을 결집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마산은 코브라 트위스트에 항복할 수 없는 역사적인 사명이 있다.

/유재용(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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