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청사 소재지 결정을 둘러싼 공방과 관련해 간과돼 온 것 중 중요한 현안 하나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책임소재일 것이다. 애초 3개 시 통합이 주민 자율이란 이름으로 추진됨으로써 그 주체는 자동으로 지방의회가 떠맡았고 그 바람에 국회의원은 뒤로 숨어버리는 모양새가 됐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실체가 과연 그처럼 소극적인 한계에 머물러 있었는가 하는 질문이 나온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현실은 되레 정반대의 국면에 처해 있음을 시사한다고 할 것이다. 통합을 주도한 것은 지방의원들이지만 그들을 장악하는 실세는 다름 아닌 국회의원이다. 막강한 권한인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을 능가할 지방의원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들이 통합의 무대 안쪽 의자에 좌정하고 있었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회의원이 통합청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지난해 총선에서 드러났다. 창원·마산·진해 5개 선거구에 출마한 거의 모든 후보자들이 청사 유치를 유세 핵심논변으로 삼았거니와 싹쓸이 당선에 성공한 새누리당 의원 모두 한결같이 자기 지역에 시청사를 유치하겠노라고 공약으로 호언장담했다. 지방의회 자율기구인 통합준비위원회가 정한 소재지 결정원칙을 무력화시킨 것이 바로 국회의원 자신들임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증이 가는 부분이다. 창원시의원들이 통합시 출범 후 진흙탕 싸움의 대상으로 삼은 청사문제를 국회의원들이 인수해 이분법의 도구로 삼은 것을 주저치 않은 결과다. 그래놓고 당선된 후에는 다시 꼭꼭 숨어버렸다.
왜 그늘진 곳에 몸을 숨기고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가. 공약은 부질없는 정치적 구두선에 불과한 것인가 하는 등등의 부정적 질책은 별로 효험이 없을 것이다. 돌려서 피해갈 수 있는 정치적 수사법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추측이 가는 하나는 자승자박의 곤경에서 헤어날 길을 찾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창원과 마산 각 두 명의 국회의원은 같은 당이면서 똑같이 청사공약을 당선의 교두보로 삼았기 때문에 그 함정에서 꼼짝달싹할 수 없다. 타협도 안 되고 양보는 더구나 안 된다. 시의원들의 지역별 파당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지방의원과 국회의원이 난형난제라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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