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준위 인적구성과 닮은 '논의 모임'…초심으로 돌아가야 청사문제 해결 가능
창원시 의원들이 더는 버티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3개 시 행정통합이 이뤄진 게 언제인가. 2년 반이 지나도록 통합시의 골격을 하나도 세워놓지 못했으니 체면치레는 고사하고 시민 갈등만 부추겼을 뿐이다. 명색이 민권대의체인데 애간장이 타고 식은땀이 날 지경이 아니라면 그건 제대로 된 양심이 아니라는 꾸지람을 듣기 딱 알맞다.
궁지에 물리면 쥐는 이빨을 드러낸다고 하지만, 인간사회의 일이라 궁즉통의 묘수를 발견했나 보다. 지역별 각 3인의 의원과 시장이 참여하는 이른바 3+1체제의 '청사문제 협의체'를 발족시키는 데 합의했다며 모처럼 대시민 홍보전을 폈다. 언뜻 보기에 그럴 듯하다. 편을 갈라 분파분쟁만 일삼던 그동안의 모습에 비해 대단한 변신인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좀 철이 들어가는가 라는 반색의 여지마저 일으키게 한다.
하지만, 그것은 건망증이 심한 사람에게나 해당하는 것이지 대부분 시민에겐 흘러간 유행가를 듣는 착각을 들게 한다고 해야 옳다. 왜 그런가. 통합작업을 총 지휘했던 통합준비위원회의 인적구성과 너무나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그때도 마산·창원·진해시의회가 같은 비율의 대표의원을 배정함으로써 수평통합의 대전제를 공식화했었다. 이번의 협의체는 시장을 일원으로 끼워 넣어 내용은 크게 다르긴 하지만, 형식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시장 한 명과 9명의 시의원은 어휘상으로는 조금은 애매한 '논의모임'으로 명칭을 쓰기로 한 것 같다. 그로 보면 그들만으로 청사와 관련한 어떤 결의도 하지 않을 뉘앙스가 풍긴다. 그러나 논의를 통해 뭔가 언덕에 오를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 내는 역할이 부여돼 있을 터인즉 사실은 협의체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직 방법론이 제시되지는 않았으나 그것을 포함한 여러 가지 의제가 폭넓게 개진된다면 시장과 의회가 일대일의 담판을 지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그 귀추는 아무도 모르고 현 단계로선 추측도 허용되지 않는다. 통합 후 지금까지 시의원들이 지역 이기주의 포로가 되어 한 치 양보 없는 궐기전에 탐닉해 온 것을 고려하면 새로 구성된 3·3·3의원 체제가 공동선을 찾아 담론을 종식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시장이 직능의 힘을 빌려 청사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협의를 거듭할수록 공고한 지역적 배수진만 확인될 우려가 큰 것이다.
마차의 전철은 수레 뒷바퀴를 탈 없이 구르게 하는 불변의 교범이다. 전철을 따르지 않고 가는 마차는 덜컹거리고 요동쳐 편안치 못할 뿐만 아니라 자칫 바퀴가 부서지거나 탄 사람을 다치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청사위치 결정권을 가진 현 시의회가 통준위가 만들어 놓은 전철을 한사코 거부하면서 진정한 시민통합은 자꾸만 틈을 넓혀왔다. 통준위가 정한 합의안이 힘의 논리와 의회파벌에 의해 휴지화된 것이 그 원죄다. 그로써 원칙은 훼손되고 통합이념이 흔들리는 바람에 수단이 목적을 변질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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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가장 유익한 경구다. 그럴 낌새는 감촉되지 않지만 만일 3+1그룹이 통준위의 원칙을 훼손하거나 뒤집는 의견을 내놓기라도 한다면 통합 후 옛 창원시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행정·경제적 편중은 상대적으로 마산·진해 지역의 역 차별화를 가져올 우려는 그만큼 더 높아질 것이다. 또한, 그 협의체가 갈등을 부채질함으로써 분쟁을 다변화하는 나쁜 선례를 만들 경우도 충분히 예상된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문제 해결의 첩경임은 누누이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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