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민영화 정책은 처음부터 사천시민과 경남도민 의사와는 다르게 추진됐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부산 항공산업클러스터 조성계획은 한마디로 지역민심에 찬물을 끼얹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KAI가 사천에 터를 잡은 지 얼마인가. 현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우선협상 대상자로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선정되면서 이에 반대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음을 이웃 자치단체가 모를 턱이 없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대한항공과 손을 잡고 항공클러스터를 유치하겠다고 나섰으니 저의가 사뭇 기회주의적이다. 이웃집 위기를 틈탄 끼어들기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지역 간 분쟁을 키우고 산업 정서를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마침 선거철을 맞아 최대 지역현안으로 떠오른 이 문제가 당연히 주요 의제로 선점된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경남 유세에 나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역시 표심으로는 양날의 칼이라 할 이 문제에 원칙론으로 응대함으로써 일단 사천과 경남의 기득권을 존중하는 입장을 취한 것은 바람직하다.
박 후보 측은 지자체 간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를 피하려면 대한항공과 부산시가 체결한 양해각서를 철회할 것을 주문했고 문 후보 측은 사천의 항공산업 국가단지 지정과 함께 실효성 있는 관련 정책을 다시 세워 대처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두 후보가 부산에 가서는 상반된 자세를 취할지 모르지만 설마 대선 후보들이 표리부동이야 하겠는가. 그러나 본질적 문제, 즉 KAI의 민영화에 대한 시각은 서로 다르다. 박 후보는 다음 정권에 공을 넘긴 반면 문 후보는 반대 취지에 도장을 찍었다.
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가 조건부 민영화에 찬성한 것은 박 후보의 노선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며 무소속 권영길 후보가 민영화 반대와 항공산업 육성에 매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은 문재인 후보의 관점과 유사하다. 쉽게 말해 KAI와 관련한 여야 대선 후보와 지사 후보들이 사천을 옹호하는 데는 이구동성이지만 방법론에는 현격한 견해차를 보인다는 점이다. 어느 것이 더 현실적이며 지역 이익에 부합하는지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건전한 공기업을 민영화함으로써 빚어지는 민간기업 속성이 선의에 귀착될 것이라고 믿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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