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화물직, 투표 어려워…휴무 어려운 사업장·비정규직도

투표시간을 오후 8시나 9시까지 연장하자는 정치권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의 관심은 각별하다.

실제로 도내에는 투표할 시간이 없거나 있더라도 투표장에 가기가 번거로운 노동자나 자영업자들이 많다. 현행 대선 투표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1971년부터 40년 이상 바뀌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투표시간을 보장받지 못해 투표를 포기하는 유권자가 600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축산농, 택배노동자, 고속도로 휴게소, 통신사, 중소병원, 자영업자 등 낮에 투표하기 어려운 직종은 수없이 많다.

건설노동자들은 투표일에 일하는 것이 일상인 대표적인 직업군이다. 보통 해가 뜨고 짐에 따라 일하므로 투표 시간과 노동시간이 많이 겹친다. 경남건설기계지부 최일호 지부장은 "보통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한다"며 "투표시간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나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 모두 투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화물노동자도 투표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화물연대 경남지부 이동명 부지부장은 "우리는 장거리 노선을 뛰기 때문에 아침에 운행준비하는 시간이 있다"며 "나는 이른 아침에 어떻게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선거일을 유급공휴일로, 투표 9시까지 연장 실시 촉구' 기자회견에 청년유니온 회원이 강아지 인형을 들고 투표시간을 늘려달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중소 사업장에서 투표시간 노동금지 규정을 강력 적용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투표시간 연장이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뜻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투표시간을 청구하면 사용자는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해놨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벌금을 물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 따라서 노조가 단체협약 등을 통해 투표시간을 보장받는 대규모 사업장이 아니라면 노조가 없는 중소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표하기 어렵다. 한국정치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투표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가장 많은 61%가 "투표하기 어려운 여건"을 들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문상환 미조직비정규부장은 "공식적으로 투표일이 휴무지만 상당수 중소사업장이 5시까지 일한다"며 "선관위가 권고 수준으로만 투표를 독려하고 있어 투표시간이 8시까지만 돼도 사정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은 투표 마감시간을 오후 6시에서 9시로 늦추자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투표시간 연장 효과는 일본 사례가 잘 보여준다. 일본은 1998년 투표 종료 시각을 오후 6시에서 8시로 늦췄다. 그러자 투표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전체 투표자 13%가 늘어난 시간에 투표했다.

한국도 투표율이 계속 내려가는 중이다. 4·11 총선 투표율은 54.2%. 전체적으로 20대 후반에서 40대까지 한창 일할 나이대 투표율이 내려가는 추세다. 특히 30대 남성 투표율 하락이 눈에 띈다. 경남지역 30대 후반 남자 투표율은 42.7%다. 30대 전반도 41.8%로 낮다. 여성 투표율은 이보다 더 낮다. 투표하는 사람보다 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등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선거일 유급공휴일 지정과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는 국민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에 수천억 원을 쏟아부으면서 5년간 100억 원이 아깝다며 투표시간 연장에 소극적인 정치권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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