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월 임금지급 '회사 청산' 합의…타 기업체 비정상 전례 우려
통영시에 있는 21세기조선, 이 회사 노사협의회는 현재 남은 임직원에게 '최소 2개월~최고 5개월'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사실상 회사 정리 절차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변이 없는 한 21세기조선은 폐업 절차를 밟게 되고 직원들은 몇 달치 임금을 받고 올해 안에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 조선 기술을 보유했지만 2008년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 회사는 회생을 위한 눈에 띄는 조치 없이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임직원들은 "회사 입사 기준에 따라 최저 2개월~최고 5개월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앞으로 절차에 합의됐다"고 전했다. 즉 2~5개월분 임금을 받고 퇴사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받는 돈의 명칭은 이름만 바꾼 사실상의 퇴직 위로금으로, '(선박)정상 인도 격려금'으로 정해졌다.
이 회사 최고위직 임원인 이장호 상무이사가 지난 6월 "우리가 (채권단에)요구한 플러스 알파", 즉 남은 노동자와 임원이 요구하는 퇴직 위로금 조의 돈을 받지 못할 경우 "마지막 배를 진수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고 했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격려금이 적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중론이다.
지난해 희망버스로 전국 이목을 집중시켰던 한진중공업이 퇴직 희망자 모집에서 '22개월치 통상임금'을 지급했던 것과 비교되는 금액이다. 더군다나 회사 폐업을 위한 수순이면서 이 정도 임금은 너무 박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21세기조선 바로 옆에 있는 SLS조선(현 신아sb)은 2009년 퇴직 신청을 받을 당시 근속연수 기준으로 6~15개월 임금을 지급했다. 업종은 다르지만 르노삼성차가 최근 희망퇴직자에게 근속 연수에 따라 최대 24개월분 위로금을 지급기로 했고, 한국지엠은 132명의 희망퇴직자에게 2년치 연봉과 퇴직금을 줬다.
하지만, 21세기조선의 경우 많아야 5개월치로 "적어도 너무 적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또 이 금액이 통영을 비롯한 전국 기업체에 비정상적인 전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조선 노동자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회사 폐업 사실과 2~5개월 정상인도격려금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8일 다수 노동자는 "회사는 단 한 번의 기업 회생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채권단 사장은 회사 정리를 하러 왔다고 공개석상에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폐업을 반대하는 노동자도 없다. 이렇게 되다 보니 채권단이 제시한 2~5개월 임금만 받고 떠나는 거다. 전국적인 선례가 될 수 있다. 갑갑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 이장호 상무이사는 "2, 3, 5개월로 (임금 기준으로 격려금을) 지급하게 됐다. (이것을)노사협의회에서 어제(27일) 서명했다. 채권단에서 (더 이상 지급이)안 된다니까 어쩔 수 없다"며 "9월 말이 되면 일이 없으니까 채권단에서 매각을 하든 청산절차를 밟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로금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다수가 원했다.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위로금이 아닌 '정상 인도 격려금'이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한편, 건조량 통계기준 세계 45위까지 올랐던 21세기조선은 1998년 설립 후 비약적으로 성장, 공인받은 세계적 기술을 가졌다. 이후 기업회생이 진행됐지만 뚜렷한 회생절차 한 번 밟지 않았다. 현재 이 회사는 110명 정도 노동자들이 남아있다.
관련기사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