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21세기조선'은 이대로 사라지고 마는 것인가? 채권단과 노사협의회가 사실상 회사 정리 절차에 합의함으로써 21세기조선은 연말 안에 문을 닫게 생겼다. 한때 구슬땀을 흘리며 몇억 달러씩 수출탑을 쌓았던 110여 명 노동자들로서는 이제 뿔뿔이 떠나갈 일만 남은 것이다. 정녕 이렇게 끝날 수밖에 없는지 묻고 싶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수주물량이 없다지만 단 일 년 사이 이렇게 한꺼번에 무너져 내려야 하는지 허탈하기 짝이 없다. 한창 시절에는 세계 10위권을 넘나들며 통영의 조선 3사로 명망을 떨친 삼호조선, 신아sb, 21세기조선 모두 바다 속 깊이 침몰하고 있건만 정부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선산업은 특성상 몇 년 주기로 부침을 반복하는 분야다. 따라서 내리막길을 지나면 오르막길도 만나는 법이건만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단단하게 버티던 기업들을 손 한번 써보지도 않고 내칠 수 있는 일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21세기조선 노동자들은 하소연할 데조차 없어 더욱 부아가 끓는다. '정상인도격려금'이란 정체불명의 위로금 조로 겨우 2~5개월치 급여만 받고 공장을 떠나야 하는 노동자들의 속은 말만 못하고 있지 숯처럼 타고 있을 게 뻔하다.

채권단이 그동안 기업회생을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였다면 노동자들이 이토록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채권단도 문제지만 악역을 떠맡기고 뒷짐을 지고 있는 정부가 더 못됐다. 많은 경제전문가가 예견하고 있듯이 세계 조선산업의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어 점차 회복기에 들어갈 것이란 예측을 하고 있음에도 먼 산만 보고 있는 정부는 무용지물 소리를 들을 만하다.

21세기조선을 비롯하여 조선 3사가 실질적으로 통영경제를 먹여 살려온 점을 생각하면 일개 회사 차원의 문제가 아니요, 정부의 책임은 막중하다. 게다가 이들 조선노동자의 기술은 하루아침에 닦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조선회사들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힘은 노동자들의 손끝 기술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당장 경기가 안 좋다고 무책임하게 버리는 짓은 경제논리로도 타당치 않다. 아직 기회는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법을 찾는다면 전혀 희망이 없지 않다.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켜주는 역할은 정부가 당연히 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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