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성향 바닥 민심잡기 소홀…치밀한 선거운동 부재에 미디어 활용도 낙제

낙선자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어울릴 테지만, 김해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봉수 후보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에게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는 이봉수 후보의 당선을 바랐던 야권과 진보 시민단체에서 드높고, 가혹하리만큼 매섭다.

'야권 단일화'라는 대의와 '노무현 정신'이라는 명분을 가지고도 김해 을 선거구를 한나라당에 다시 내주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총리 청문회 과정에서 부적격 정치인으로 이미 판가름난 김태호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킨 장본인"이라는 주장도 거세다. "도대체 왜?", "얼마나 선거운동을 못 했기에!" 등의 발언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봇물이 터지고 있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26일 진영읍의 한 노래교실을 방문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적극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이봉수 후보는 박수만 치고 있어 '유시민 선거'라는 일각의 비판이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님을 잘 보여준다. /김구연 기자

◇무늬만 야권 단일화 = 야권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국민참여당은 시민단체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한차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때 유시민 대표는 야권을 향해 "4월 27일 모두 웃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그때 쌓인 앙금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다. 야권 지도부 전부를 김해에 불러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야권 바닥 민심을 돌려세우지는 못했다. 투표함을 열어보니 야권 단일화 협상 때 민주당에서 터져 나왔던 "또 당했다. 두 번 당할 수 없다"는 외침이 그대로 묻어 나왔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화학적 야권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우려했던 목소리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우호 세력 껴안기 실패 = 선거 운동을 하면서 이들 야권 세력을 아우를 기회는 충분했다. 하지만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의지가 너무 강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마저도 순조롭지가 못한 모습이었다. 선거 운동 기간 이봉수 후보 선거 캠프를 찾는 야권 관계자들이 사무실 주변을 맴돌다 떠나는 장면이 종종 목격됐다. 또한 이 당시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투표율 독려 운동은 하겠지만, 공식적으로 협조 요청도 없는데……"라며 적극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야권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지 못했던 야권 역시 비판 받을 소지는 있으나, 이들을 껴안으려는 제스처도 썩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여론조사 맹신 = 선거 초반 야권 단일화 효과로 김태호 후보를 10%포인트까지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던 여론조사를 너무 맹신한 때문인지, 선거운동 전략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운동 기간 국민참여당은 자신만만했고, 막판 김태호 후보의 추격이 가시화됐을 때도 '투표 안 하면 진다'는 슬로건을 내걸며 승리를 자신했다.

야권 전체의 조직적 결합 없는 투표율 상승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과거 행적 발목 잡아 = 이봉수 후보는 '노무현 정신'을 내세웠으나, 김태호 당선자 쪽에서는 과거 언론보도를 인용해 "이봉수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했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한 이 후보의 해명은 수세적이었고, TV 토론을 지켜본 유권자들의 뇌리에 김태호 후보의 주장이 알게 모르게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 인물론을 내세운 김태호 후보의 전략에 말려든 모습이었다.

◇언론 전략, 인터넷 활용도 낙제 = 도내 파워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국민참여당의 '인터넷·언론 전략 부재'를 꼬집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0인 닷컴' 운영자 정부권 씨는 "지난 지방선거 때 김두관 도지사를 인터뷰해 호응이 좋았던 '경남블로그 공동체'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며 "무늬만 야권 연대인 상황에서 블로거들을 통해 실질적인 야권 연대를 강제할 수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정 씨는 "인터뷰 요청에 아무 연락이 없었고, 지역신문 인터넷판에 배너광고도 달지 않는 이봉수 후보를 보면서 더 이상 연락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시민 선거전' 비판도 =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돼 온 유시민 대표가 선거 운동 전면에 나선 것도 비판받고 있다.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는 않았으나, 유세 현장에서 연설하는 유시민 대표 곁에서 대체로 묵묵하게 서 있기만 한 이봉수 후보의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서지 못했다. 유 대표는 특유의 달변을 자랑하며 야권 연대 정신을 강조했으나, 그 대의와 명분이 야권 단일후보에게는 녹아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유 대표는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참여당의 원내 진출과 자신의 '대권 행보 탄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으나, 어느 것 하나 붙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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