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4·27선거 의미와 파장] 유시민 대권 행보 차질…'야권단일화' 명암 엇갈려
나락으로 떨어질 뻔했던 '승부사 김태호'는 웃었고, 승리를 자신했던 야권은 충격에 빠져들었다.
김태호 당선자는 한나라당의 무덤으로 일컬어졌던 김해 을에서 승리함으로써,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전패할 뻔했던 한나라당을 '위기탈출' 시켰다. 더욱이 레임덕 터널로 빠져드는 청와대를 잠시나마 붙잡아두는 데도 성공해 일약 '총리급 국회의원' 대접도 받을 전망이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이 잠든 곳'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입성을 허용한 야권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와 이봉수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야권 연대 깃발 아래 뭉쳤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도 동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참여당과 이봉수 후보가 취약한 조직력을 드러내며 위기감을 호소할 때, 민주당과 민노당의 움직임은 뜨뜻미지근했던 게 사실이다.
당장은 국민참여당에 대한 비난 여론이 야권에서 들끓겠지만, 야권연대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싸늘하게 식어 버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더 큰 문제다.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세력을 당선시킬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결과적으로 김태호 후보가 당선되면서 향후 선거에서 노무현 정신을 내세운 명분 쌓기 전략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선거 운동 초반 야권연대 효과로 김태호 후보를 10∼20%포인트까지 앞선 것으로 전해졌던 이봉수 후보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물론' 검증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봉수 후보의 지역 내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의 대권 행보는 차질이 불가피하고 당 존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40%를 넘는 투표율을 기록했음에도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를 이기지 못해 변명의 여지 없는 야권의 패배로 종결됐다.
국민참여당은 얻은 것 없이 잃기만 한 선거를 치렀지만, 김태호 당선자는 이번 선거를 통해 김해 을 유권자들로부터 2개의 면죄부를 받았다. 국무총리 낙마 후 덧씌워졌던 '거짓말'과 '무능' 이미지를 다소나마 벗어던질 수 있었던 것이 첫 번째 면죄부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김해 을에서 한나라당이 발붙일 수 있다'는 또 하나의 면죄부를 얻어 자신에게 공천장을 준 한나라당에 헌상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전국적 관심이 쏟아졌던 재보궐 선거였던 탓에 김태호 당선자의 인지도와 명성이 총리 후보로 지명됐을 때에 버금갈 만큼 높아지게 된 점도 큰 성과 중 하나다.
김태호 당선자는 "반성합니다"와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로 무장한 '나홀로 선거' 전략으로 야권의 '정권 심판론'을 무너뜨렸다. 특히 선거운동 기간 내내 한나라당과 거리 두기를 하면서 '개인의 승리'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거제 1선거구 도의원 선거에서는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민주노동당 이길종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단일화 합의를 이루었다는 성과를 거두면서 내년 총선에서 진보 정당 국회의원이 탄생할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겼다.
양산 바 선거구에서는 야권 단일후보가 한나라당 이상정 후보에게 패배했다. 여전히 한나라당의 건재함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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