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여부·피해규모, 정부도 전문가도 확답 못해시간 촉박할 땐 내진설계된 건물 고층 대피
차마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지만, 마산만에 일본 지진 참사와 같이 높이 10m의 지진해일이 덮친다면 어떻게 될까?
시속 800㎞ 속도로 지진해일이 몰려 온다면, 당장 마산합포구 해안도로변 고층아파트나 주택에서 사는 시민들은 어떻게 피해야 할까. 아파트의 높은 층에 있는 게 안전할까, 아니면 아파트를 벗어나 무학산 쪽 고지대로 도망가야 할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정부는 이에 대한 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방재 또는 기상 관계자들도 정밀한 시뮬레이션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대피 요령이 맞는지 확답을 못한다는 것이다. 해안에 도달했을 때 파도의 높이와 침수 지역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참사에서 해안에 도달한 지진해일의 파괴력이 육상의 바닥을 쓸어버릴 정도로 막강함이 확인됐지만, 파괴력에 관한 정확한 수치나 규모 등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해수면이 차올라 기본적으로 매립지에서는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남해안처럼 수심이 얕으면 큰 지진해일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섬이 많으면 오히려 파형이 증폭돼 깊숙이 들어간 만(灣)은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도 항구 도시에서 큰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국가지진센터 관계자는 15일 "이번 지진해일이 얼마나 큰 힘을 지녔는지 아직 정확한 통계 등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지진해일은 지진 영향에 따른 파도의 힘이다. 일어난 지점의 해수면 높이에 따라 힘도 달리 계산한다. 수심이 깊을수록 그 힘이 엄청난데, 지진이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해 일본 해안의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진해일 예상 파고보다 높은 해안 고층 건물로 피하는 것은 어떨까.
마산 해안 매립지가 있는 동네들의 건물을 보면, 해운동 398동, 신포동 1가 150동, 신포동 2가 370동, 오동동 1027동, 남성동 425동, 동성동 128동 등이다. 이곳 주민들이 매립지에 세워진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 마산만아이파크(최고 36층·높이 150m가량), 신포동 새롬미리내아파트(지상 20층·높이 61m 남짓), 남성동 한백마리나 아파트(지상 18층·높이 59m가량) 등 고층 아파트로 피하면 안전할까.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다행히 세 아파트는 규모 5.5~6.5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돼 있다. 메이저리거들이 던지는 공의 시속 150㎞에 견주면 5배가 넘는 속도로 오는 지진해일이 먼 시야에서도 들어온다면, 피하기 어려운 이상 이들 건물 고층으로 대피하는 것이 낫다고 권한다. 일본 지진해일은 10~20분 만에 육지에 도착했다. 이 상황에서는 고층 건물 높은 층에 있는 게 안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 서해안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지진해일이 우리나라 동해안까지 다다르는 데 1시간~1시간 30분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대피할 시간이 있으면 해안에서 떨어진 고지대와 고층 건물로 대피해야 한다고 국가지진센터 관계자는 전했다. 지진해일이 들이닥친 상황에서 해안 고층 건물이 이중 삼중의 충격을 받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어서다.
국가지진센터 관계자는 "고층 건물이 물을 맞게 되면, 피로도가 커져 붕괴될 수도 있다. 더구나 지진해일은 한 차례로 그치지 않고 연달아 오게 되고, 여기에 앞서 지진의 영향으로 흔들리면 큰 2차 피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해안과 마산만에 대해서는 "지진해일은 꼬불꼬불한 리아스식 해안에서는 파형이 증폭돼 더 깊숙이 들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섬이 많아 여기에 해일이 부딪쳐 힘이 증폭도 되고 소멸도 되기 때문에 단정할 순 없다. 다만, 이번에 일본에서는 만처럼 쑥 들어간 지형에서 피해가 가장 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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