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쪽서 발생하면 남해안까지 해일 덮쳐
1983·1993년 두 차례 동해안 큰 피해 입기도
영화 <해운대>에서 나온 쓰나미 장면이 남해안에서 일어난다면? 지난 주말 일본 열도를 덮친 강진과 쓰나미를 지켜본 경남도민들도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자연의 위력에 경악했다.
11일 오후 일본 동북부 도호쿠 지방 해저에서 일어난 규모 9.0 강진은 최대 10m의 쓰나미(지진해일)를 몰고 왔다. 건물 3층 높이의 쓰나미는 해안의 차량과 건물을 통째로 삼키며 일본 동북부 해안을 초토화시켰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숫자만 최소 1000명, 최대 1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일본 강진 규모는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이며, 미국 국립지질조사소가 집계한 전세계 지진 규모로는 세계 5번째다.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보다 400만 배 더 강력한 위력이라고 한다.
경남에서도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를 '바다 건너 불 구경' 할 수 없는 데는 남해안을 끼고 있는 지리적 여건과 함께 2003년 태풍 매미로 삽시간에 밀려드는 해일의 공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진해일'은 '태풍'과 급이 다르다 = 태풍에 의한 해일과 이번에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의 성격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바람(태풍) 때문에 파도가 출렁거리는 것은 물의 높이가 변하는 것으로, 물이 치고 들어왔다가 빠져나간다.
그러나 쓰나미는 거대한 물덩어리 자체가 이동해 해안으로 밀려드는 것이다. 영화 <해운대>에서 극적인 효과를 위해 엄청난 파도로 집어삼킬 것처럼 묘사되지만, 쓰나미는 수위 자체가 높아진 상태에서 밀려드는 것으로 침수 피해가 태풍 해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좌용주 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일본 지진 여파로 생긴 쓰나미가 인도네시아 등 태평양 일부 섬보다 높아 섬들이 잠겼다"며 "쓰나미는 물이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퍼져나가기 때문에 더 무서운 것"이라고 했다.
좌 교수는 "쓰나미로 물이 밀려드는 양과 이동속도는 지진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며 "수심 4000m인 대양에서 쓰나미 속도는 시속 약 700km로 제트여객기 속도에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경남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 이번 지진 이후 우리나라도 지진 안심 지역이라고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에 42번의 지진이 발생했고, 올해도 6번이 발생했다. 경남 지역과 닿아 있는 동해와 남해에서 지진이 일어날 개연성이 어느 정도일까.
일본 도쿄 북동쪽에서 일어난 이번 지진은 섬이 지진해일을 막는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했으나, 일본 서쪽에서 일어난 사례는 지진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1983년 5월 일본 혼슈 아키타현 서쪽 근해에서 일어난 7.7 규모의 지진으로 우리나라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덮쳤다. 당시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1993년 7월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북서 해역에서 발생한 7.8 규모의 지진으로 또 지진해일이 동해안으로 들어왔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때 모두 해일이 파고 2~5m로 시속 600km 정도로 1시간 30분 만에 도달했다. 이를 토대로 7.0 이상 규모로 지진 강도가 세고, 동해처럼 수심이 깊을수록 충돌 에너지가 줄지 않고 전달돼 피해가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10년 주기로 2003년 긴장하고 대비 태세를 갖췄지만, 발생하지 않았다. 가능성을 두고는 있지만, 주기가 명확한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가능성 예측조차 어렵다 = 지진은 기상 현상과는 다르게 과학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움직임이 있고 나서야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다. 따라서 지진은 풍수해와 달리 주의보나 경보가 없다. 고작 지진이 발생한 후에야 이를 확인하고 지진해일의 이동 경로와 피해 지역 등을 예측할뿐이다.
지진해일은 한반도 주변 해역에 규모 7.0 이상 해저지진이 발생하고 파고가 1.0m 미만일 때 '지진해일 주의보'가, 해저지진이 7.5이상 파고 1.0m 이상이면 '지진해일 경보'가 발효된다.
기상청 국가지진센터 관계자는 13일 "일본도 예측 시스템을 갖추고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예지할 수 없고 불가항력인 것이 지진"이라며 "지금까지 지진 규모를 보아 이번 9.0 규모는 엄청나게 큰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7.0~8.0 규모가 100회 이상 있었지만, 뚜렷한 인자가 없다"고 말했다.
콕 집을 수 있는 전조 현상도 찾기 어렵다. 이 관계자는 "동물이 집단으로 움직이거나 구름 이동이 달라지는 모습 등이 있다고 일부에서 얘기하지만, 과학적으로 설명할 근거는 없다"면서 "과거 기록을 보고 어떤 현상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는 있지만, 늘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라 확실히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좌용주 교수는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지진 관측 시스템이나 건물의 내진 설계 등을 갖춰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일본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일본 지진은 태평양판 경계부에 인접해 발생했지만 지진 진앙지가 좀 더 깊거나 일본의 북서쪽 해역에서 발생했다면 동해안은 물론 남해안까지 쓰나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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