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위험지역 아니라 관련 매뉴얼 따로 없어"
2009년 남해서 9차례 지진…학계 "대비책 필요"
배를 만드는 작업의 특성상 조선소는 바닷가 근처에 들어서게 마련이다. 높이 10m에 이르는 거대한 쓰나미가 조선소를 덮친다면 어떻게 될까. 이번 쓰나미에 일본 조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 100여 명이 작업 중이던 배와 함께 휩쓸려가고 나서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경남에도 거제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주)STX조선해양 등 한국을 대표하는 조선업체가 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 대형 조선소 3곳에만 5만 명을 웃도는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형 조선소는 지진에 따라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 놓지 않고 있다. '지진 위험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13일 (주)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우리 지역은 지진 위험 지역이 아니어서 별도로 지진·해일 관련 매뉴얼은 없다"며 "다만, 태풍이나 해일 위험이 있는 경우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 시험 운전이나 진수를 미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태풍이나 해일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고, 공정률이 늦춰지는 등 간접적인 피해는 있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도 마찬가지로 "지진 위험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관련 매뉴얼을 마련해 두지는 않았다"고 했다. 다만 "태풍 등에 대응하는 시스템은 나름대로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도 "대부분 조선소에서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내부에서 지진이나 쓰나미 관련 대응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지시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상청의 통계는 한국, 특히 경남 지역도 지진·쓰나미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9년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횟수는 60회로, 최근 10년간 (1999~2008년)의 평균 41회보다 19회 많았으며,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에서 가장 많은 10회, 이어 전북 3회, 부산·경남과 대전·충남에서 각각 2회를 기록했다.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는 서해에서 14회, 남해에서 9회 지진이 발생했으며 동해에서는 5차례 지진이 관측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유식 한국국제대 소방방재공학과 교수는 "대개 수심 1㎞ 이상 되는 지점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뭍으로 파도가 몰려올 정도의 쓰나미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예측이기 때문에 동해나 남해안 지역의 수심이 400~500m 정도지만, 쓰나미에 대한 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판용(한나라당·건설소방위원회) 도의원은 "이번 일본 지진·쓰나미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다"면서 "도내에 조선업체가 해안에 대부분 있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쓰나미처럼 해저(海底)에서의 급격한 지각변동으로 발생하는 파장이 긴 해일은 아니었지만, 2003년 9월 12일 오후 8시 태풍 매미가 상륙할 당시 거제도 동쪽 15㎞ 떨어진 곳에 설치된 부이(기상이나 해양 요소를 관측하기 어려운 바다에서 파고, 파도 주기, 바람, 기압, 습도, 기온, 수온을 관측하는 장비)에 관측된 파고 높이는 16.9m,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당시 파도가 매우 높아 '파도가 외도를 넘었다'는 증언이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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