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 문을 연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은 민주주의 역사를 계승하겠다는 취지로 지어졌다. 그러나 청각·시각 장애인들은 접근조차 어렵다. 가더라도 관람 지원이 부족하다. 전시 내용을 알기 어렵다. 장애인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차별적 공간”이라는 말도 나온다.
6월 10일 임시 개관한 민주주의전당은 시민들을 맞은 지 넉 달이 안 된 시설이다. 그렇지만 ‘배리어프리’와 거리가 멀다. 전시 공간 어디에도 시각장애인 대상 점자 해설이나, 청각 장애인 관객을 고려한 수어 통역, 자막 서비스는 없다. 음성 안내나 정보무늬(QR코드) 기반 설명도 준비되지 않았다. 시청각 자료가 있어도 보조 관람 도구가 마련돼 있지 않다.
장애인들은 차별을 겪고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도내 한 시각장애인은 “문제를 제기하면 괜히 민폐가 될 것 같아 아무 말도 못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배리어프리’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지만, 민주주의를 전시하는 민주주의전당에서 장애인은 배제된 시민으로 여겨지는 듯하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니 결국 장애인들은 자신을 스스로 ‘불청객’이라 여겨 발길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법은 이미 국가와 지자체, 문화시설 운영자에게 장애인 문화·예술 참여를 보장하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창원시는 이를 어기고 있다.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태도에 머문다.
검토하겠다는 태도로는 부족하다.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하다. 내년도 예산안에 점자 안내, 수어 통역, 청각 약자 대상 시청각 자료 자막 서비스, 정보무늬 기반 안내 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지난 8월 31일 기준 경남지역 장애인 수는 총 18만 7121명이다. 그 가운데 시각장애인은 1만 6577명, 청각 장애인은 2만 8931명, 언어 장애인은 1499명이다. 모두 동등하게 전시를 즐기고 문화를 누릴 권리가 있는 이들이다. 만약 장애인 전시 지원을 배제한다면, 시민 세금으로 지은 공간이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창원시는 민주주의전당이 장애인에게 또 하나의 배제된 공간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장애인 시민이 동등하게 전시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민주주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선언만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작은 불편을 느끼는 이들 목소리에 응답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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