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초연구 두 축 중심의 청사진
재원과 정교함에 실행 여부 달려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는 데 있어 과학기술은 가장 중요한 축이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과학기술 5대 강국, 인공지능(AI) 3대 강국’이라는 구호는 단순한 비전이 아니라, 연구개발 방식부터 인재정책, 제도 개편까지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과학기술정책의 핵심은 단연 ‘AI 대전환’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그래픽 처리 장치(GPU) 5만 장을 확보하고,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연결한 ‘AI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공공 행정서비스에도 AI를 전면 도입해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 다른 축은 기초가 탄탄한 과학기술이다. 정부 총지출의 5% 수준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대해, 기초연구 생태계를 복원하고 연구자들이 생계 걱정 없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한다. 또한 국제협력과 지역주도 R&D 강화를 통해 ‘기술주권’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재명 정부의 과학기술정책들이 전임 정부와 완전히 단절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선정한 전략기술 투자는 그대로 이어졌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 같은 핵심 분야에 더해, AI·6G·데이터인프라 등을 추가했다. 공급망 안정화 위주의 기존의 전략을 확장해 전략기술 확대와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요소를 덧붙였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민간 중심 혁신 생태계도 단절이 아닌 발전의 길을 택했다. 규제 완화와 민간 투자 활성화라는 틀을 이어받되, 이재명 정부는 정부가 함께 투자하는 민관협업 초대형 R&D 프로젝트 ‘NEXT(넥스트)’로 확장했다. 우주정책 역시 연속성을 가진다. 전 정부가 설립한 우주항공청(KASA)의 체계적 기반 위에 ‘K-Space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민간 주도의 우주 생태계와 국제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만의 과학기술정책 색깔은 무엇일까. 첫째, AI 인프라 투자는 전임 정부에서는 볼 수 없던 과감한 시도다. 단순히 데이터 개방을 넘어, GPU와 네트워크 같은 AI 인프라를 국가가 직접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연구계의 오랜 요구였던 연구자 생애주기 및 생활안정 패키지 지원이다. 청년 연구자에게 생활과 연구를 동시에 지원하고, 박사 후 연구원에게도 안정된 연구환경을 보장하고자 한다. 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에 치중했던 윤석열 정부와 달리, 연구자의 ‘삶과 연구’를 함께 본 정책이다. 셋째,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과제 중심 운영제도(PBS)의 단계적 폐지이다. 출연연구기관의 일부 인건비와 운영비를 과제 수주를 통해 충당하는 방식에서, 정부 출연금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연구자가 과제 수주에 얽매이지 않고, 중장기적・도전적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이다. 넷째, 지역 주도 R&D 체계로 전환이다. 지방정부가 직접 주도하는 연구개발을 지원해서 전국 어디서나 혁신이 일어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들 과학기술정책의 실행 여부는 재원 마련과 정책 설계의 정교함에 달렸다. 특히 PBS 폐지와 AI 인프라 투자에는 막대한 자금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과학기술계, 일반국민, 정부 간의 사회적 신뢰에 기반을 둔 추진이 필요하다. 한국 과학기술이 이재명 정부의 야심찬 계획을 통해 새롭게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채재우 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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