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하동 50만 마리 넘게 폐사
황토 살포 등 확산 저지 안간힘
도·시군, 고수온 상황 예의주시
취약어종 158만 마리 방류 접수
재해보험 지원 확대, 가입 늘어
경남 남해안 양식 어민들이 고수온에다 유해성 적조까지 발생해 비상에 걸렸다.
지난해 고수온으로 역대 가장 큰 피해가 난 데 이어 올해는 고수온에다 2019년 이후 6년만에 발생한 적조까지 겹쳤다. 어민들은 한 달째 고수온 특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적조로 양식장 폐사가 속출하자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까 봐 긴장하고 있다.
◇남해·하동 적조 피해 확산…통영 차단 총력 = 1일 기준 남해군과 하동군 양식장 35개 어가에서 적조로 말미암아 넙치와 숭어·감성돔·농어·참돔 등 물고기가 50만 마리 이상 폐사했다.
경남도는 폐사 신고가 이어져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남해군은 양식장 21곳에서 44만 6000마리, 하동군은 양식장 14곳에서 5만 4000마리가 폐사했다. 피해액은 10억 5900만 원로 추산된다.
지난달 26일 남해군 등 경남 서부해역에 발령된 적조 예비특보(유해성 적조생물 1㎖당 10개체 이상)는 29일 거제시 서부 등 중부 앞바다까지 적조 주의보(1㎖당 100개체 이상)로 확대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적조 확산에 고수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적조를 일으킨 조류 코클로디니움은 25~28도 수온에서 가장 잘 번식하는데, 경남 전 해역에 8월 내내 고수온 주의보(표층 수온 28도 이상)가 유지됐다.
특히, 올해는 남해군 연안에서 적조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이 특징이다. 여름철 고수온에 지난 7월 극한호우에 따른 남강댐 방류, 민물 유입 등으로 말미암아 적조생물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천시도 지난달 29일 사천만에 적조주의보가 내려지자 '적조대책본부'를 가동했했다. 사천만 수온은 코클로디니움 성장에 적합한 25∼27도로 유지되고 있어 추가 피해 우려도 크다. 김제홍 사천시 부시장은 가두리 양식장을 찾아 "양식어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방제 과정에서 안전사고 예방에도 유의해 달라"고 말했다.
통영시는 6년 만에 적조 주의보가 발령되자 확산 차단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시는 황토 살포와 해수 교환 작업 등 방제에 나서는 한편, 확보한 사업비 4억 원에 더해 추가 10억 원을 해양수산부에 긴급 요청했다.
시 관계자는 "적조는 단기간에 확산할 수 있고 남해 등 인근 지역 피해가 늘고 있는 만큼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어업인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윤수 경남어류양식협회 회장도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적조가 남해까지 오는 데 사흘 걸렸는데, 통영·거제까지 확산하는 건 시간문제"라며 "오늘 측정해보니 표층 3m까지는 적조가 심하고, 5~8m는 그나마 냉수대가 있어 적조가 적은 편이지만 냉수대가 빠져버리면 피해가 겉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남도와 각 지자체는 방제선·어업지도선·경비정 등 가용 장비를 총투입해 황토 살포 등 작업을 이어가며 피해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죽은 어류 수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경도 필요한 물품 해상 운송과 황토 살포, 표층수 교반 작업 등을 지원하는 긴급 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2일 회의를 열어 지원을 위한 장비와 인력 동원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고수온 피해 안심할 수 없어 = 고수온에 따른 피해도 안심하기 이르다. 지난해에 이어 올여름에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남해안에 고수온 주의보는 지난해보다 24일 일찍 발효됐다. 고수온 주의보가 한 달 넘게 발효 중이지만, 다행히 어류 폐사 피해 신고는 없다.
앞서 도는 지난달 8일 고성군에서 조피볼락 8만 마리를 긴급 방류한 것을 시작으로 남해군·거제시·통영시에서 차례로 긴급 방류를 하고 있다. 도는 수요조사를 통해 20개 어가로부터 조피볼락·쥐치·숭어·넙치 등 고수온 취약 품종 약 158만 마리 방류 신청을 받았다.
도는 이와 함께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의 어업인 자부담 보험료 지방비 지원율을 지난해 60%에서 올해 70%로 확대해, 더 많이 가입하게 했다.
수산과학원 자료를 보면 1일 현재 남해안 연안 평년수온은 25~27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27~29도보다 낮다. 지난해에는 수온이 30도에 육박하며 피해가 컸다. 기상청은 이번 주 비가 온 뒤에도 폭염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산과학원은 비 영향으로 수온 상승 경향이 일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폭염 특보 발효 해역은 내만을 중심으로 수온이 상승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경남을 포함해 남해안이 지난해보다 수온이 낮은 건 맞다"면서도 "최근 비가 오고 구름이 많으니까 복사열이 줄어들면서 수온이 잠깐 낮아질 수 있는데, 고수온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동풍 계열 바람이 많이 불어서 외해 뜨거운 물이 우리나라 쪽으로 많이 들어왔다"며 "현재 제주·남해안 주변에도 29~30도 고수온이 바깥에 진을 치고 있는데, 올해는 남서풍이 불어 표층수들이 밖으로 밀려나가는 형국이 돼 밖에서 들어오는 뜨거운 물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산·울산 쪽에 냉수대가 발달해 있어 경남 연안 수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남해안을 둘러싼 고수온이 연안까지 못 들어오고 있지만, 날씨 변화나 냉수대 소멸 등으로 고수온 현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경남 연안에서 8월 초부터 10월 초까지 고수온 특보가 62일간 이어졌고, 양식 어류를 비롯해 멍게·전복 등이 대량 폐사해 역대 최대 규모인 660억 원 피해가 났다.
/정봉화 이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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