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법원이 쌍용노동자 파업에 대해 노동자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시민들이 노란봉투에 4만 7000원을 보내는 모금운동이 펼쳐졌다. 노동조합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제기하고 가압류를 집행하는 현실에 맞선 시민들의 연대운동이었다. 당시 5만여 명이 참여했다. 국회는 2015년 노란봉부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률 제정은 실패했고, 한화오션은 2022년 발생한 하청노조 고공농성에 대해 47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가 가입한 국제노동기구(ILO) 전문가위원회는 2023년 한국 정부에 하청노동자 단체행동권 실현에 장애가 되는 법적·실제적 장애물을 검토하고 제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하급심 판결에서도 하청노동조합 단결권·단체교섭권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은 정립돼 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이 지체되고 있을 뿐이다.
하청노동조합의 원청기업에 대한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것이 노란봉투법이다. 윤석열 정부와 경영계는 법률적 모호성, 기업 재산권 피해 등을 내세워 반대해 왔다. 그동안 원청기업들은 하청노동조합 파업을 손배소와 가압류를 걸어 사실상 노동삼권의 행사를 봉쇄해 왔다. 노란봉투법이 발의된 지도 10년이다. 이제는 해결할 시점이 됐다. 기업의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 업무 통제와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원청기업이 단체교섭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은 상식이다. 산업현장이 사회적 상식에 맞게 움직일 때 산업 안전 보장, 노동조건 향상, 노사 간 신뢰가 쌓일 수 있다.
국회는 8월 임시국회 회기에 노란봉투법을 본회의에 회부할 예정이다. 경영계 반대, 조선업계가 한·미 관세협상에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 등을 제안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었다는 점 등이 처리 지연의 요인이다. 노란봉투법은 하청노동자들이 감당하고 있는 산업재해, 열악한 근로조건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다. 시행은 6개월 뒤부터다. 기업들도 대비할 수 있고, 판례도 누적돼 있다. 더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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