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센터에 설치, 언어 장벽 해소
김해시 시범운영 이어 8월부터 전국 확산 예정

2년 전 미얀마에서 김해로 일하러 온 스물 세 살 민헨꼬 씨는 지난해 상자를 만드는 제조업체에서 기계 청소를 하다가 떨어져 다친 적이 있다. 당시 안전 모자를 쓰지 않았다면 큰 일을 당할 뻔했다. 그 일 이후로 산업 현장에서 일할 때 두려움이 커졌고 지게차가 보이면 무섭다.

이 때문인지 민헨꼬 씨는 22일 김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내 설치된 '외국인노동자 산업안전 VR체험교육장'에서 큰 화면으로 산업재해를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산업안전 동영상을 보면서 많은 도움이 될 것같다고 반겼다.

그는 "지게차가 보이면 무서운데 그림(동영상)만 보고도 피하는 방법을 알 수 있고 한국 말 몰라도 다치지 않도록 체험할 수 있는 교육장이 생기니까 센터를 이용하는 외국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말 기준 김해 외국인 주민은 전국 12번 째로 많은 3만 129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외국인노동자는 43% 수준인 1만 3427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김해 전체 기업체 수는 1만 개에 달한다. 외국인 노동자 산업재해도 증가세다. 

김해시는 22일 오전 10시 김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내에 외국인노동자 산업안전 VR체험교육장을 설치해 개소식을 했다. 외국인노동자와 개소식 참석자들이 체험을 해보고 있다. /이수경 기자
김해시는 22일 오전 10시 김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내에 외국인노동자 산업안전 VR체험교육장을 설치해 개소식을 했다. 외국인노동자와 개소식 참석자들이 체험을 해보고 있다. /이수경 기자

이에 김해시는 전국에서 처음 김해시(김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내)에 외국인노동자 산업안전 VR체험교육장을 설치해 이날 오전 10시 개소식을 했다. 개소식에는 홍태용 김해시장, 권구형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장, 김현중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안상근 가야대학교 총장, 타지역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김현중 이사장은 "VR체험교육 시스템은 가상현실을 활용해 외국인노동자 산업재해 위험 요소를 줄이고 직관적 인식으로 언어 장벽을 뛰어넘어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며 습관적 위험을 예방하는 맞춤형 교육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태용 시장은 "말로만 하는 산업 안전보다 가상현실을 통한 산업재해 체험장이 전국서 처음 김해에 갖춰져 8월부터 전국으로 확산될 예정"이라며 "37가지 산업재해 유형별로 체험할 수 있으니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하고 행정에서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권구형 지청장은 "김해 산업안전 VR체험교육장은 시설을 전국으로 확대해나가는 기초가 되는 중요한 의미가 있고, 새 정부도 산업현장 안전을 1순위로 강조하고 있어 외국인노동자 산업 재해와 폭염 온열질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관기관들이 협업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안상근 총장은 "외국인 노동자 산업안전 산실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위탁운영 책임자로서 잘 운영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방문한 외국인노동자들이 센터 내 설치된 VR체험 동영상을 보며 산업현장 안전 대비 내용을 익히고 있다. /이수경 기자
김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방문한 외국인노동자들이 센터 내 설치된 VR체험 동영상을 보며 산업현장 안전 대비 내용을 익히고 있다. /이수경 기자

김해 VR체험교육장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전액 지원해 만들어졌다. 김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가 교육 운영을 맡는다. 

교육 콘텐츠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유형 37가지를 기반으로 VR 시나리오를 구성해 외국인노동자가 직관적으로 안전수칙을 익히고 위기 상황 대응력을 기르도록 설계됐다. 언어 의존도를 낮추고 시청각 중심 콘텐츠를 제공해 문화·언어 장벽을 극복한 실효성 높은 교육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앞서 지난 2월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김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는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증가하는 외국인노동자 산업재해에 대응하고자 언어·문화적 장벽을 극복하는 몰입형 교육 방식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주입식 강의에서 벗어나 VR 기술을 활용한 체험 중심 안전 교육 도입을 논의했다. 그동안은 연 1회 현장 교육만 했었다.

이어 3월 외국인 노동자와 중소기업이 밀집한 김해시가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7월 전국에서 처음 VR체험교육장이 문을 열었다. 

강선희 김해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장은 "VR 기술을 통해 외국인노동자들이 실제 작업장에서 위험을 더욱 현실감 있게 체험하고 스스로 안전수칙을 체득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전국 1호 김해 교육장을 모범 사례로 만들어 전국으로 확산되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해외국인근로자센터는 고용노동부가 위탁 운영하던 2008년 처음 개소했다. 이후 지자체 공모사업으로 전환된 2024년 3월부터 김해시에가 가야대학교로 위탁해 운영 중이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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