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 좋지아니한가] 18. 함양군 답례품-'칠성면업사'

자연에서 얻은 천연 섬유 '목화솜'
목화 재배부터 이불까지 손수 작업
잊혔던 목화 되살려 꿀잠 선사

화마 딛고 새로 재건한 목화솜 공장
정 나누며, 평생 가업 대물림할 것

함양군 지곡면 개평한옥마을 목화밭에서 임채장 대표가 목화솜을 수확하고 있다. /함양군
함양군 지곡면 개평한옥마을 목화밭에서 임채장 대표가 목화솜을 수확하고 있다. /함양군

포근한 솜이불 속에서 아침 눈을 뜨는 일상은 어떨까? 함양에 가면 '꿀잠'을 돕는 이가 있다. 목화를 심고, 솜을 수확해 이불을 만드는 임채장(74) 칠성면업사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임 대표는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까다로운 목화 농사를 직접 짓는다. 3000평(909㎡) 목화밭을 일구며 여전히 목화솜을 수확한다. 생산한 목화솜은 솜공장에서 여러 공정을 거쳐 침구로 만든다. 주로 이불과 요를 만들지만, 앞으로는 소비자 기호에 맞춘 다양한 침구와 소품까지 만들 계획이다.

임 대표는 산업화로 잊혔던 목화솜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아토피 등 환경적인 요인으로 발병하는 피부질환 때문에 천연 소재 솜이불을 찾는 이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가 생산하는 목화솜은 자연에서 얻은 천연 섬유로 갓난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잠을 선사한다.

임 대표는 햇솜을 넣어 만든 솜이불을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내놨다. 한 채에 20만~30만 원하는 고가 제품이라 판매 실적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곧 3만 원대 베개 등 제품을 선보일 예정으로, 함양에서 생산한 목화솜을 전국에 알릴 계획이다. 

임채장 칠성면업사 대표가 직접 목화를 심고, 솜을 수확해 만든 솜이불을 들고 있다. /김태섭 기자
임채장 칠성면업사 대표가 직접 목화를 심고, 솜을 수확해 만든 솜이불을 들고 있다. /김태섭 기자
임채장 칠성면업사 대표와 아내 전경옥 씨가 함양군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목화솜 이불을 들고 있다. /김태섭 기자
임채장 칠성면업사 대표와 아내 전경옥 씨가 함양군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목화솜 이불을 들고 있다. /김태섭 기자

◇목화가 피기까지 = 목화는 쌀이나 밀 같은 식량작물 외 가장 가치가 높은 작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목화가 씨앗을 맺을 때 생기는 털을 이용해 솜과 무명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무명실로 만든 무명천은 고려시대 문익점에 의해 목화가 보급된 이후 우리나라에서 삼베옷을 대신하는 옷감으로 널리 사용됐다. 

오랫동안 민초들의 옷감이었던 무명은 산업화 과정에서 가볍고 값싼 합성섬유에 밀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일상 속 깊이 뿌리내렸던 목화솜도 우리 삶에서 멀어져 갔다.

임 대표는 잊혔던 목화를 다시 심었다. 이웃 마을 산청군 목화시배지에서 목화씨를 가져와 심었다. 칠성면업사를 운영하며 목화솜 원자재를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1984년 목화 재배를 시작했던 임 대표는 2000년에 들어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 볕이 잘 드는 양지에 목화밭을 마련하며 본격화한다. 목화밭은 어느새 하얀 솜으로 뒤덮였고, 오랜만에 우리 곁에 온 목화는 어떤 이에게는 추억을, 또 다른 이에게는 새로운 풍경으로 다가왔다. 

임 대표는 "아이보리색 꽃에서 핑크색으로 요술을 부려 목화솜에 이르는 모습이 그저 신비롭고 아름답다"고 했다. 

함양군 전통시장 '지리산함양시장'에 마련한 칠성면업사 이불 판매점. /김태섭 기자
함양군 전통시장 '지리산함양시장'에 마련한 칠성면업사 이불 판매점. /김태섭 기자

◇고집스러운 외길 = 임 대표는 1970년대 거창읍에서 체육사를 열어 큰돈을 벌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3년째 아내 전경옥 씨를 만나 결혼했다. 임 대표는 결혼 후 처가 쪽 권유로 목화솜공장을 인수한다. 함양 출신 전남방직 김용수 회장과 연이 있던 처가에서 운영하던 칠성면업사를 인수한 것이다.

임 대표는 칠성면업사를 물려받아 새로운 길에 도전했다. 목화솜공장을 운영하며 오래된 목화솜 이불을 새것처럼 만들고, 사라졌던 목화밭을 재연해 목화솜을 생산, 이불을 지었다. '솜을 탄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오래 사용해 숨이 죽어 뭉친 목화솜을 기계에 넣어 오염 물질 등을 제거하고 입자를 분리 재조합해 원래 상태로 돌리는 작업을 말한다.

사양 사업이 된 목화이불 사업이 때로는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목화솜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온기를, 또 다른 이에게는 사랑이 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솜이불을 만드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어느덧 황혼길에 접어든 나이에도 그 열정을 여전히 식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공장에 불이나 잿더미가 됐다. 하지만, 두 달 만에 새로 지어 주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임 대표는 반세기를 넘긴 손때 묻은 기계를 화마에 잃고 현대식 기계를 도입했다. 이왕에 공장을 새로 지으며 현대식 솜타는 시스템을 들인 것이다. 일본에서 건너온 자동 목화솜 기계가 설치되고, 목화솜공장이 새로 문을 여는 순간 임 대표가 꿈꿨던 희망도 새롭게 시작되고 있었다.

화재로 새로 지은 칠성면업사 솜공장. /김태섭 기자 
화재로 새로 지은 칠성면업사 솜공장. /김태섭 기자 

◇천연 솜 목화 = 목화솜 같은 천연 솜은 식물성으로 피부 알레르기, 아토피, 호흡기 질환 등으로부터 안전하다. 특히, 보온성과 통기성이 뛰어나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화학 섬유로 만든 이불은 피부가 예민한 이들에게 알레르기 등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며 "식물에서 나온 목화는 피부 저항성이 낮아 우리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온성이 뛰어난 오리털이나 거위털과 비교해서도 안전하고 따뜻하다. 신생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침구"라고 소개했다.

장점이 많은 목화솜 이불이지만 단점도 있다. 목화솜 특성상 무게가 무거워 세탁이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세탁 시 솜이 뭉칠 수 있고, 눌린 솜은 솜을 타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임 대표는 전국에서도 소문난 솜 타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40년이 넘는 세월 속에 터득한 기술은 목화솜 이불을 새것처럼 생명을 불어넣는다. 특히, 눌린 솜은 포근하게, 때가 묻은 솜은 깨끗한 새 솜처럼 탈바꿈시켜 꿀잠을 잘 수 있도록 돕는다. 임 대표는 "점차 기술이 발달하며 손님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화재로 새로 지은 솜공장 내부. 일본에서 새로 들인 솜틀기계 모습. /김태섭 기자
화재로 새로 지은 솜공장 내부. 일본에서 새로 들인 솜틀기계 모습. /김태섭 기자

 

솜틀집 칠성면업사를 안내하는 안내판. /김태섭 기자 
솜틀집 칠성면업사를 안내하는 안내판. /김태섭 기자 

◇따뜻함을 나누는 목화 = 임 대표는 해마다 연말이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직접 만든 목화솜 이불을 건넨다. 자신이 가진 기술로 세상에 온기를 전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임 대표는 목화를 알리는 일에도 힘을 쓰고 있다. 해마다 함양교육지원청과 학교에 목화 모종을 나눠 함양지역 청소년들에게 목화 실물을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고사한 한국 목화 농업을 지켜내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목화재배 기술부터, 솜타는 기술, 이불 짓는 기술까지 대물림해 가업을 잇게 할 생각이다. 다행히 정보통신기술(IT) 분야 회사에서 일하는 아들 임성훈 씨가 아버지 뜻에 따라 가업을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임 대표는 자신을 두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목화를 만나 한평생 후회 없이 살았고, 아직 꿈을 이루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내 전경옥 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동안 어려움을 견디며 여기까지 온 것은 다 아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긴 세월 묵묵히 함께해준 아내에게 깊은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태섭 기자 

 

 

키워드
#경남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