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양자·기후기술의 파괴력 실감
연구 역동성 회복·국력 집중 시급
우리는 시대마다 정책과 사회 담론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경험해 왔다. 1990년대 '세계화', 2000년대 '지식기반경제', 2010년대 '뉴노멀'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2020년대 오늘날, 우리는 어떤 키워드로 이 시대를 설명할 수 있을까? 필자는 '대전환의 시대'라는 표현에 매우 공감하고 있다.
'대전환'은 단순한 변화나 점진적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존 질서와 시스템의 전면적 재설계를 요구하는 총체적 전환을 뜻한다. 기후위기, 인구감소, 저성장과 같은 문제는 더는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가 마주한 과제의 해결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방향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전환'이어야 한다.
대전환은 불확실성·불안정성·과도기적 현실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는 시대적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대전환은 단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현실로 진행 중이다. 그 핵심 동력 중 하나가 바로 딥테크의 부상이다. 딥테크는 고도화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산업과 사회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인공지능(AI)·양자기술·바이오기술·에너지전환기술·기후기술 등이 그 범주에 속한다. 딥테크(Deep Tech)는 흔히 말하는 '첨단기술'과 유사하지만, 기술의 목적과 파급력 면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첨단기술이 기존 시스템의 성능 향상과 효율 개선 등에 머문다면, 딥테크는 기존 질서 자체를 뛰어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고대역폭 메모리(HBM)·로봇수술 장비·태양광발전 기술 등은 첨단기술의 대표 사례이며, 양자컴퓨터·유전자편집·탄소포집저장(CCS)·지능형시스템 등은 딥테크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특히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인간의 창의성과 판단력을 보조하거나 일정 부분 대체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법률·교육·예술·의료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AI는 이미 인간의 파트너를 넘어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 중심의 새로운 사회구조로 대전환을 의미한다.
양자기술 역시 기존 컴퓨터로 수십 년 걸릴 계산을 수 분 내에 처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암호체계의 근본적 변화, 물류의 고도 최적화, 신약 개발, 스텔스 탐지 양자레이더 등 기존 디지털 기술이 갖고 있던 계산·통신·센싱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기후기술은 탄소중립·순환경제 등을 통해 에너지와 환경의 패러다임 전환을 견인하고 있다.
이처럼 딥테크는 기존 기술의 진보를 넘어, 기존 기술 체계를 무너뜨리거나 새로운 문명의 틀을 바꾸는 것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미국·중국 등 세계 주요국이 기술패권 경쟁에 사활을 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나라 또한 '국가전략기술'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2023년 정부 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국내 연구 생태계의 역동성을 크게 저해했다는 지적이 많다. 딥테크 분야는 단기 성과를 내기보다 장기적 안목과 전략적 인내가 필요한 영역이다.
대전환은 이미 시작되었고, 딥테크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정부·산업계·학계·연구계가 힘을 모아 연구생태계를 복원하고 '한국형 딥테크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채재우 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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