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전폭 지원한 창원시·경남도
재료연, 글로벌 도약 '날개'달아
2020년 2월 18일 오전 10시. 재료연구소 소장과 필자는 절박한 마음으로 창원시장 대기실에서 시장면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창원시는 재료연구소(현 한국재료연구원) 제2연구소(현 첨단소재실증연구단지)가 들어설 옛 육군대학 진해 터(이하 육대 터)를 애초보다 절반으로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었고, 재료연구소는 이를 방어해야 하는 처지였다.
재료연구소는 2003년부터 창원시 상남동에 있는 연구소의 부족한 터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국 방방곡곡을 물색하고 다녔다.
2만 평 이상의 넓은 터를 무상으로 받아야 했기에, 어느 지자체도 선뜻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 10월에 창원시가 진해 육대 터 일부를 재료연구소 제2연구소 건설 터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육대 터 그린벨트 해제가 2017년까지 지연됐고,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이유를 들어서 제2연구소 건설비 책정을 미루고 있었다. 이렇게 건설이 지연되다 보니, 창원시가 제2연구소용 육대 터 면적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논의한 것이었다.
당시, 재료연구소는 제2연구소 건설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비 5억 원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아 놓은 상황이어서 계획했던 면적을 축소하는 것은 큰 날벼락이었다.
재료연구소장의 설명을 들은 창원시장은 "재료연구소가 원하는 대로 용지를 제공하겠다"는 말씀을 하셨고, 최종 7만 8000㎡를 확정했다. 재료연구소를 믿고 끝까지 터를 제공해 준 창원시의 결단이 무척 고마웠던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제2연구소 1단계 건설공사를 착수할 수 있는 2건의 정부 사업이 2020년 연말에 확정됐다.
여기에 또 난관이 있었다. 정부가 연구장비 구입비로 수백억 원을 지원하지만, 장비를 설치할 건물을 재료연구소가 마련해야 했다. 재료연구소가 장비 도입 시기에 맞춰 건설비 150억 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필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경남도와 창원시의 건설비 지원을 받고자 동분서주했고, 천신만고 끝에 지자체 건설비 지원이 이루어졌다. 또 한 번 고비에 지자체 도움으로 건설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드디어 올해 3월 18일 준공된 첨단소재실증연구단지 1단계 조성에 총 780여억 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이 중에서 경남도와 창원시가 40%가 넘는 자금을 지원했다. 그야말로 실증연구단지는 정부·경남도·창원시·재료연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자체 터와 건설비는 마중물이 돼 2022년에 '극한소재 실증연구기반 조성' 사업비 약 3000억 원을 정부로부터 유치하기도 했다. 이로써 창원시는 국내에서 가장 큰 소재 실증연구 중심지로서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 첨단소재실증연구단지는 지자체·연구기관(지·연) 협력의 최고 모범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와 창원시는 재료연구소 20년간 숙원이었던 부족한 터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독립법인으로 변모한 한국재료연구원이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아 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연구원이 첨단시설을 잘 활용해 지역과 국내 기업들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돕고, 연구원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들이 더 많이 배출되도록 온 정성을 쏟는 것이다.
/채재우 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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