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과 가짜 뉴스가 난무한다.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리는 물론, 온 국토를 유린한 산불까지 그 대상이다. 이 어둠은 4일 선고로 어느 정도 걷히겠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1950년 '슈망 플랜'으로 유럽연합의 주춧돌을 놓았던 프랑스 정치가 로벨 슈망은 이렇게 말했다.
"정치에서 최악의 태도는 결정을 하지 않는 것이고, 이것보다 더 나쁜 것은 서로 모순된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 글의 함의를 우리는 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과 현재 대행인 한덕수는 헌재가 위헌이라고 또렷하게 지적했음에도 지금까지 헌법재판소 후임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또 자신들은 그렇게 헌법을 업신여기면서도 국민에게는 헌재 결정에 승복하라는 말을 엄숙하게 해댔다.
상상을 초월하는 이 뻔뻔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지도자의 무게를 '결단'에서 확인한 슈망이 보기에 이 내란 동조범들은 '자리보전에 목숨을 건 삼류 양아치'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전한(前漢)의 대학자 유향(劉向)이 당시 지도층을 향해 제시한 '오한(五寒)'은 이런 상황을 좀 더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오한'은 나라와 민족을 동사(凍死)시킬 수 있는 중대한 '다섯 가지' 문제라는 말이다.
그 첫째가 '정외(政外)'다. 즉 정치가 모두 '핀트'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잘한다 못한다의 차이를 넘어 도대체 말과 행동이 이치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라를 뒤흔든 내란이 그러하고, 이어 그런 상황을 방치하고 조장한 한덕수와 최상목이 그러하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여망을 잘 헤아려 공화국을 살리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계절이 여름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엉뚱하게도 얼어 죽는 상황으로 직행할 판이다.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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