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국가 공식 전기의 날
'산업의 피' 전기 연구·발전 다짐

전기(electricity)의 어원이자 전자의 영어 표현인 electron은 '호박'(송진이 화석처럼 굳어 만들어진 보석)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2000여 년 전 자연철학자 탈레스는 털과 호박을 문지르면 서로 끌어당기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에서 전기력의 존재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마찰전기로 알려진 이 현상은 전자를 주고받는 성향이 다른 두 물체의 마찰로 전자가 이동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양의 전하를 띤 원자핵의 속박으로부터 풀려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자들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일 때 발생하는 전하의 흐름을 전류라 한다.

전류가 흐를 때는 상대론적 효과 때문에 자기장이 생성된다. 전기와 자기는 상보적 관계여서 자기장의 변화가 전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러한 전자기학 원리는 1860년대에 이르러서야 맥스웰이라는 물리학자에 의해 전기장과 자기장 사이의 관계가 말끔하게 수학적으로 정립되면서 현대 전기 문명의 주춧돌이 되었다.

전기에너지 차이로 흐르는 전류를 제어해 다양한 산업에 활용하는 것이 전기공학이다. 위치에너지 차이로 흐르는 냇물을 이용해 물레방아를 돌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각종 스위치를 이용해 전하의 흐름을 정밀하고 빠르게 제어하는 전자공학은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근간이 된다. 이렇듯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와 정보를 전기 형태로 공급하고 소비하는 일련의 사회 변화 추세를 '전기화'라고 부른다.

전기의 존재가 인간에게 인식된 것은 200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실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에 시작된 1차 전기화를 통해서였다. 미국 맨해튼 발전소에서 세계 최초로 중앙집중식 상업 발전을 개시한 1882년을 전기화의 시작으로 간주한다. 당시 전기화를 본격적으로 주도한 분야가 조명이다. 어둠을 내쫓고 밤을 개척한 백열전구 상용화로 에디슨은 큰 명성을 얻었다.

에디슨의 회사가 전기 사업을 시작한 지 7년째 되던 해인 1887년에 우리나라도 경복궁에 전기 조명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일본과 중국은 1889년이 되어서야 전기를 처음 받아들였다고 하니 고종은 나름 '얼리어댑터'였던 셈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등이 경복궁 내 건청궁을 밝힌 지 3년 뒤인 1890년 4월 10일에는 민간 차원에서 처음으로 종로의 전차 정거장과 매표소를 밝히고자 가로등을 설치했다.

민간 최초로 전기에너지를 사용한 이날을 기념하고자 1966년에 국내 전기 산업계 주도로 '4월 10일'을 전기의 날로 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는 공식 기념일이 아닌 민간 협회 차원의 기념일이었기에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늦었지만 다행하게도 지난해 1월 9일 '전기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전기산업의 지원과 육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경제 및 복리 향상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전기산업발전기본법이 제정 공포되었다. 이 법 제5조는 '전기산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4월 10일을 전기의 날로 지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올해 1월 10일부터 시행된 이 법에 따라, 다음 주 목요일인 4월 10일은 처음으로 맞이하는 국가 차원의 공식 '전기의 날'이다. '산업의 피'인 전기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전문 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 재직자로서 감회가 남다르다.

시국은 어수선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2차, 3차 전기화를 주도할 결심을 새롭게 다져본다.

/한성태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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