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으로 혼란스러운 과학기술계
연구개발은 중단없이 계속되어야
2024년! 유례없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초토화된 연구 현장을 달래려고, 관계 부처는 올해 초부터 과학기술 진흥 정책을 의욕적으로 쏟아내었다. 그리고 대통령은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R&D에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며 "과학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의 급작스러운 정치적 사태는 예산 원복으로 한껏 희망에 부풀어 있던 과학기술계를 혼란과 당황 속으로 밀어 넣었다. 또한 과학 대통령의 꿈도, 정부의 화려한 청사진도 일단 멈춤을 넘어 물거품이 될 위기까지 몰렸다. 기술 패권 시대에 모두가 힘을 모아 열심히 달려도 모자랄 판에 계엄과 탄핵 정국은 과학기술계의 발목까지 잡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160여 개에 이른다. 이 중에서 미래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인공지능(AI) 기본법, 반도체 특별법 등의 제정이 표류 상태에 놓였다. 여야 합의 하에 연내 통과가 확실시되던 이들 법안 제정이 비상계엄 사태로 불투명해진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후속 조치 법률과 시행령 개정도 속도를 내지 못할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다. 대통령이 위원장으로서 주재할 국가인공지능위원회·국가우주위원회·국가바이오위원회·국가양자전략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등 정책의결기구의 설치와 활동에도 제동이 걸렸다. 특히 AI·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 체인저 기술을 비롯한 우주 분야는 윤석열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왔던 기술들이다. 리더십 공백으로 이들 역점사업의 추진 동력이 상실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과학기술 리더십 공백은 산하 기관에도 해당한다. 우주항공청 산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한 13개의 차기 기관장 인선이 표류하고 있다. 기관장급 인사 검증과 인선은 대통령실 업무가 정상화되기 전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로 인한 기관장 공석의 장기화는 정부가 외쳤던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개발과 연구 행정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2025년도 R&D 예산이 당초 정부안 대비 815억 원 삭감된 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전에는 여야 협상을 통해 예산이 증가하거나 복원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발동으로 여야 협의는 온데간데없고 과학기술계가 예산 삭감 고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이처럼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오던 과학기술 진흥 정책이 사실상 모두 멈추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일부 과학기술인은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이 완전히 좌초되었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될지언정 연구자들의 연구개발은 계속되어야 한다. 연구개발 속도가 늦춰질 순 있어도 멈춰서서는 안된다. 정부는 좌초될 정책을 보면서 한숨만 쉴 것이 아니라 가용 권한과 시책을 짜내어 연구자들이 흔들림 없이 연구개발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혼란 속에 힘들더라도 연구개발의 열망을 온전히 살려나가야 한다. 목소리를 내더라도 맡은 연구 과제에도 충실해야 한다.
비록 정치로 상처받은 대한민국일지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번영의 힘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은 연구자들이 묵묵히 연구개발에 힘쓸 때 과학기술력 경쟁력 강화로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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