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위험한 질주, 경제 최대 악재
기업도 소상공인도 소비자도 피해자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딸랑딸랑' 종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구세군의 빨간색 자선냄비, 학창 시절 꼭 한 장씩 사야 했던 크리스마스실(seal), 송년회, 크리스마스,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캐럴까지…. 겨울은 추운 날씨와 상반되게 언제나 따뜻했던 기억이다. 아마 올해도 그랬을 것이다. 각종 송년 모임 일정이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혀가는 걸 보며 한 해를 잘 마무리할 수 있으리라 싶었다. 적어도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3일 밤 대통령 윤석열은 기습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군 병력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를 봉쇄, 침입해 헌법기관인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하는 초유의 사태를 진두지휘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국회가 재빠르게 움직여 계엄을 풀었단 점이다.
다음은 국민의 시간이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강추위가 몰려왔지만, 시민들은 두꺼운 외투로 중무장하고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광장으로 모였다. 시민들의 요구에 굴복했는지, 개인적 양심이 흔들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에 반대하던 국민의힘 소속 일부 국회의원이 돌아서며 사태 발생 11일 만에 위험한 윤석열의 질주를 멈춰 세웠다.
우리 사회에서 오랜 기간 금기어로 여겨왔던 '계엄'을 끄집어낸 윤석열은 그저 계엄을 '불장난'으로 치부하는 것 같다. 그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가 '야당을 겁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겁박의 대상은 야당만이 아니었다. 여당 대표, 방송인, 심지어 판사까지 체포 대상이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철모르고 위험한 불장난은 자칫 화상을 입거나 타 죽을 수도 있다. 애꿎은 국민이 피해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 심판 절차에 곧바로 돌입했다. 탄핵소추안에는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무단 점거와 서버 탈취 시도,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폭로, 허술했던 12월 3일 국무회의, '경고성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한 윤 대통령의 담화 내용 등이 담겼다. 법적 절차를 떠나 국민이 그날 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본 계엄의 생생한 현장이 충분한 파면 사유다.
윤석열은 대한민국 전역의 평온을 해치는 내란죄를 범했다. 또한,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았으며, 국가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다행히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국내 증시와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는 듯 보여도 국민들이 장기간 갚아야 할 '청구서'가 골목상권은 물론 기업 현장에서 속속 날아들고 있다. 실제로 소상공인 10명 중 9명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상공인연합회가 10일부터 사흘간 전국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소상공인 88.4%가 12.3 계엄 사태 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36%는 매출이 50% 이상 급감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예약 취소와 소비 위축으로 소상공인이 송년 특수 실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매출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 경제의 최대 악재가 된 윤석열은 그럼에도 버티기, 시간 끌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며 기개 높았던 검사 윤석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불통, 똥고집만 남았다. 참으로 야속한 겨울이다.
관련기사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