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촉발된 '탄핵 정국'에 국가적 혼란 계속
국민 뜻 거스르는 정부 여당 향한 반발 커져
지역사회, 시민 연대의식 속 주권 회복 기대

국민은 ‘12.3 내란 사태’ 이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에 공포·불안감을 느꼈고, 동시에 현실 감각을 잃었다. 내란에 동조한 국민의힘 행태에는 좌절·분노하고 있다. 심리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힘으로 극복해 나가야고 강조한다.

◇일상 무너진 시민들 = 거제시 상동에 사는 곽수진(47) 씨는 12·3 내란 사태 이후 수면 시간이 7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줄었다. 깊게 자고 싶어도 뒤척이는 날이 많다. 자다 깨면 곧장 대통령 관련 뉴스부터 찾는다. 시국을 접할 때마다 화를 참기 힘들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이었잖아요. 그 당시에는 부산에 살았는데 6살 첫째와 4살 둘째와 함께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집과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부산진구 서면 지역 집회를 오갔어요. 돌이켜보면 하루하루 애가 타던 그때보다 지금 마음이 더 불안하고 불편해요. 내란이잖아요. 머리가 아플 지경이에요.”

탄핵 정국을 또 맞게 될 줄은 여느 시민처럼 그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국가원수이자 국군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여기에 내란에 동조하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행태까지 더해진다.

“상식적으로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화가 나서 일이 손에 안 잡혀요. 국회 탄핵안 처리 때를 보면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특히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열심히 일하라고, 그런 자리에서 투표권 행사하라고 뽑아놨더니 참석조차 안 했잖아요. 탄핵을 원하는 지역민 뜻을 배신한 거예요. 또다시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고, 욕이 나와요. 당장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탄핵돼야 마음이 편할텐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 힘들어서 살 수가 없어요.”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사회적 연대와 지지가 큰 힘을 발휘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창원광장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 등의 구호를 함께 외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사회적 연대와 지지가 큰 힘을 발휘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창원광장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 등의 구호를 함께 외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연대와 공동체 힘으로 극복해야" = 심리학 전문가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사회적 연대와 지지가 불안감을 덜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임낭연 경성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말이다. “계엄 선포 연쇄작용으로 많은 이가 힘들어하는 상황입니다. 나를 지지해주는 여러 사람과 돈독하고 친밀하게 관계를 유지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게 중요합니다.”

류승아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겪는 정신적 어려움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부정하지 말고 어떻게 해소할지 방향을 찾는 게 중요한 때라는 점도 강조한다.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 모든 국민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불안하고, 슬프고, 화나고, 분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정서예요. 부정할 필요는 없어요. 이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 어려움을 해소할 동력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어떤 방향으로 쏟아낼 것인가를 설정하느냐예요. 힘들어하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분하면 분하다고, 불안하면 불안하다고 말할 수 있게 서로를 다독여야 해요. 그러다 보면 답이 나올 수 있고, 분명 방향성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류 교수는 지치지 않고 연대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상항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잖아요. 연대 의식 속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할 방식을 고민해봐야 해요. 혼자 생각의 고리를 물고 물어서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힘든 점을 주변에 이야기해서 서로 힘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시민들은 바깥으로 나가 함께 촛불을 드는 등 이미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9일 창원광장 촛불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 배서진(22·창원 의창구)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 추운 날 시민들이 광장에서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있잖아요. 나만 따뜻한 집에서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나왔어요. 모두 힘 내며 함께했으면 해요.” 

/최석환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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