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의거 64주년 학술심포지엄
할아버지·할머니 주도 시위 등
'3차 의거' 정립 필요성 제기

3.15의거 발발 범위를 더 넓혀 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1~2차 의거 위주인데, 장년층 주도로 진행된 마산 지역 시위와 부산 원정 시위를 재평가해 3차 의거까지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3.15의거 64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이 6일 오후 2시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주제는 ‘3.15의거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할 것인가’였다. 이 자리에는 주임환 3.15의거기념사업회장, 오무선 3.15의거희생자유족회장, 이창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 조유묵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3.15의거과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이창현 신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이승만 정권 시절인 1960년 4월 14일부터 26일까지 정·부통령 부정선거에 반발해 마산에서 일어난 시위를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1~2차 의거를 중심으로 규정된 3.15의거를 3차 의거까지 범위를 넓혀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가 3차 의거 실례로 든 사건은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발표한 4월 26일 전후 마산 지역 고령층 주도 시위, 그리고 부산 원정 데모대 시위다.

이창현 신라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지난 6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국제희의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진실화해위 조사보고서를 보면 ‘할아버지 시위’는 4월 24일 마산 애국노인회 회원 70~80명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경찰 시위 통제와 휴교령 여파로 3.15 주요 주체이던 학생들이 시위에 나서기 어려운 시점이었다. 시위 주도자는 애국노인회 소속 고령층 남성이다. 이 시위는 참여자가 3~5만 명까지 늘어 시내 교통 마비를 일으켰다.

‘할머니 시위’는 그다음 날인 25일 일어났다. 참여자들은 애국가와 전우가를 합창하면서 행진했다. 북마산파출소와 마산시청을 거쳐 마산경찰서까지 진출했다. 경찰서에서 “고문경관, 살인 경관의 즉시 체포 인도”를 외쳤다. 일부는 사무실에 들어가 “죽은 자식 내놓아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를 막으려고 할아버지에게는 약주를, 할머니에게는 사이다를 권하면서 데모 중지를 회유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3.15의거 64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이 지난 6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리고 있다. 이 자리는 3.15의거기념사업회가 마련했다. /최석환 기자 
'3.15의거 64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이 지난 6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리고 있다. 이 자리는 3.15의거기념사업회가 마련했다. /최석환 기자 

또한 부산 원정 데모대는 26일 부산에서 출발해 김해경찰서·서장 관사, 진영지서·대산지서 등 파출소, 자유당 간부 사택, 반공청년단 사무실 등을 찾아 건물을 파괴했다. 부산 경남고등학교 학생을 선두로 마산에 입성한 이들은 마산경찰서·관내 파출소, 마산시청·시장 사택, 마산소방서, 마산형무소, 서울신문 마산총국 사옥 등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잇단 파괴에 이어 공격 대상에게서 탈취한 서류를 거리에 뿌리거나 소각하면서 거리를 행진했다. 각종 구호를 외치면서 ‘해방의 노래’도 불렀다.

이 시위는 마산 시민 세금으로 일정 부분 복구된 공공시설 파괴, 마산 지역 회사와 민가 피해, 사상자 발생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마산 시민에게 비난받았다. 지역 대학생들과 유지들이 그들을 찾아 데모 중지와 부산 복귀를 요구해 더는 마산에서 소요가 이어지진 않았다.

'3.15의거 64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이 지난 6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리고 있다. 이 자리는 3.15의거기념사업회가 마련했다. /최석환 기자 
'3.15의거 64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이 지난 6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리고 있다. 이 자리는 3.15의거기념사업회가 마련했다. /최석환 기자 

이 교수는 “할아버지·할머니 시위는 지역 공동체에 속한 이웃들의 불행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을 없었던 의례적 시위로 평가된다”며 “할아버지들은 3·15의거로 행방불명된 이들과 체포 학생을, 할머니들은 죽은 학생과 자식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들은 길거리 행진에 그쳤다면, 할머니들은 경찰을 방문해 그들을 규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마산 할아버지·할머니들은 모든 정치적 책임을 이승만 대통령에 돌려 사퇴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규정될 수 있다”며 “부산 원정 데모대는 이승만 대통령의 사퇴 선언과 맞물려 3.15의거 주요 주체였던 학생과, 경찰을 대신해 치안을 담당했던 계엄군에게 폄훼되었지만, 초기에는 마산 시민들에게 응원받았다. 이 또한 단순 파괴, 약탈이 아닌 의거 성격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조유묵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3.15의거과장이 지난 6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국제희의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조유묵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3.15의거과장이 지난 6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3.15아트센터 국제희의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이날 자리에서는 진실화해위 조사 성과 보고도 이어졌다. 조유묵 3.15의거과장은 3.15의거 관련 접수 492건(인권침해 구금 폭행 사망 등 62건, 시위 참여 429건)과 직권조사 1건, 이렇게 총 493건 가운데 431건을 진실규명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권조사 사건인 노인층 주도 정권 퇴진 대규모 시위와 원정 시위 사망자 추가 확인 등 성과를 냈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과장은 “1960년 4월 24~25일 마산 지역 할아버지·할머니 등 노인층 주도 정권 퇴진 시위가 일어났고, 마산 시민 수만 명이 이에 호응했으며, 진실화해위는 한국 사회 민주화운동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노인 시위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직권조사를 거쳐 3.15 희생자는 16명으로 확정했다”며 “2022년 10월 4일 첫 진실규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진실규명률은 91.5%이며, 남은 60여 건은 내년 조사 기간 만료일까지 모두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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