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퇴진예술행동(준), 영화인들 "윤석열 물러나야" 한 목소리
한강 작가 "소년이 온다는 현재 진행형, 다시는 같은 비극 없어야"
"지금은 정치적인 문제 상황이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 상황이다. 정치, 성향, 세대, 성별, 지역 등 다름을 넘어 이제 정말 함께 행동해야 한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한 예술인이 개인 누리소통망에 올린 글의 일부다. 그는 "꼭 집회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방법으로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이번 불법 계엄 사태를 보는 문화예술인들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실제 많은 지역 예술인들이 개인적으로 집회에 참여하거나 탄핵 표결 진행 상황을 개인 누리소통망에 올리는 등 저마다 방식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문화예술단체의 비판 성명도 잇따랐다.
◇"21세기 오이디푸스" = 200여 개 예술 단체와 5000명의 문화예술인들 참여한 윤석열퇴진예술행동(준)은 6일 국회의사당역 근처에서 '12.3 친위쿠데타에 대한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책동한 윤석열과 친위세력을 구속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불법 비상계엄 사태의 원인을 '21세기 오이디푸스'로 규정했다. "비극의 원인이 오로지 자신에게 기인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깥에서 찾고자 했던 어리석은 심문관이 바로 그 사람이다. 자신을 제외한 범인 찾기에 골몰하던 윤석열은 마침내 국민 모두를 자신의 적으로 간주하고 2024년 12월 3일, 내란을 획책하여 이를 실행하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제 눈을 파낸 후 왕좌에서 물러났다"며 "우리는 윤석열에게 그런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법에 근거하여 윤석열과 쿠데타 세력의 처벌을 촉구한다. 지금 그가 있어야 할 곳은 대통령 집무실이 아니라 감옥이다"고 밝혔다.
◇"영화적 상상력을 초월한 범죄" = 영화인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5일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구렁텅이에 빠트리고 모멸감을 준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을 할 자격이 없다"며 "비상계엄의 주도자와 부역자 모두 끝까지 수사해 먼지 한 톨만큼의 잘못도 엄중히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이어 7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서는 영화감독조합(DGK) 등 77개 단체와 봉준호·정지영·변영주·장준환 감독과 배우 문소리, 조현철 등 영화인 2500여 명이 윤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도 망상에 그칠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며 "대한민국의 존립에 가장 위험한 존재는 윤석열이며, 대통령이라는 직무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이 민주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영화 제작자들의 협의체인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올해 작품상으로 <서울의 봄>을 선정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12 군사 반란 당시 긴박했던 9시간을 재구성한 영화다.
◇"소설 <소년이 온다>는 현재형" =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노벨상 수상을 위해 스웨덴 한림원에 머물면서 이번 사태를 지켜봤다. 6일(현지시각)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첫마디도 불법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날 기자의 첫 질문은 '한국은 극단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이고 다른 여러 나라가 전쟁 중인 상황 속에서 문학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진행된 계엄 상황을 공부했다"며 "2024년에 계엄 상황이 다시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2014년 발간된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에서 계엄군에 맞서다가 희생된 소년 동호와 정대 및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그는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았고,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았다. 마지막에 군인들이 물러갈 때는 마치 아들에게 하듯이 '잘 가'라고 소리치는 모습도 보았다"며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또 "젊은 경찰분들, 군인 분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판단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런(계엄) 명령을 내린 사람들 입장에선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어 7일 열린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소년이 온다>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연합뉴스·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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