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에서 카페인 반감기는 6시간
오후 늦은 커피는 숙면의 방해꾼
좋아하던 커피를 끊었다. 하루 세 잔 이상도 거뜬히 마셨고,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마시지 못하면 머리가 무겁고 졸려서 업무를 시작하지 못하던 나였다. 무언가에 의존해야 하는 중독 상황은 주체적인 인간으로 사는 데 바람직하지 않고 몸에도 무리가 느껴져 끊기로 결심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권장하는 카페인 섭취량은 성인 기준 하루 400㎎이라고 한다. 아메리카노 한 잔의 카페인이 125㎎ 정도라고 하니 싱글 샷으로 하루 세 잔 이상 마셔도 거뜬했던 건 당연한 거였다. 통상 250㎎ 정도의 용량에서 집중과 각성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니 투 샷으로 마시는 한 잔의 아메리카노는 진정한 '노동 음료'였던 것이다.
커피의 각성 효과는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개미에게 카페인을 섭취시키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증진되어 먹이까지 직선 경로로 효율적으로 이동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카페인의 화학 구조는 아데노신이라는 호르몬과 유사하다. 아데노신은 우리 몸에서 흥분과 각성에 관여하는 도파민과 글루탐산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도 하고 멜라토닌과 함께 수면을 유도하는 작용도 한다. 수용체에 결합하는 아데노신의 수가 증가하면 신경계의 활성이 억제되어 졸리게 된다. 따라서 카페인은 아데노신이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며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관을 수축시켜 심박수를 높이는 등 각성상태를 촉진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상승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마시고 있었던 모닝커피는 내 몸을 망치고 있었다.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은 기상 직후 1∼2시간 동안에 활발하게 분비된다. 또한 외부 스트레스와 같은 자극에 맞서는 과정에서도 분비되어 혈압과 포도당 수치를 높여 몸이 최대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신체 활력을 높여주는 천연 각성제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되고 있는 때에 카페인을 들이켜고 있었으니 과도한 각성 작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지금도 이따금 커피가 그립다. 특히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는 참기 힘든 유혹이다. 그래서 가끔 몇 모금 정도 얻어 마시기도 한다. 그럼에도 오후 3시 이후로는 절대 마시지 않는다. 체내에서 카페인의 반감기는 대략 6시간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오후 3시에 커피를 마신다면 9시가 되어도 여전히 반 정도의 카페인이 체내에 남아있는 셈이니 양질의 수면은 물 건너간 셈이기 때문이다.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직장인의 경우 커피를 마시면 사망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신체활동이 줄면 신진대사가 저하돼 혈당, 혈압, 지방분해를 조절하는 신체 능력이 손상된다. 반복적일 경우 주요 기관과 조직에 염증을 유발하게 되는데, 커피의 항염 효과가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 것에서 오는 부작용을 상쇄한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보고 다시 커피를 마셔야 하나 살짝 고민하기도 했지만, 병 주고 약 주느니 애초에 원인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일정 시간 단위로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위험 요인을 피하기로 했다.
직장인의 3대 영양소라고 일컬어지는 니코틴, 카페인, 알코올 중에서 2개를 끊은 셈이다. 니코틴과 카페인은 대항해시대 이후에야 보편적으로 접하게 된 '기호품'인 반면 알코올은 인류 진화와 궤를 나란히 해 온 식품이기 때문에, 몸 관리 잘해서 최대한 늦은 나이까지 계속 즐겨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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