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대 간호·항노화·드론, 남해대 항공·관광·방산·원전
도, 대학 통합은 도립대 살리고자 추진한 사업 설득
주민들 소통 없었다 질책, 대학 통합은 기대 반 우려 반
국립창원대학교와 경남 도립대 통합을 위한 주민설명회가 16일 거창에서 열렸다. 주민들은 대학 통합에 따른 기대와 우려를 표명했다.
◇통합 대학, 다층학사제 도입 = 경상남도는 이날 거창대학 다목적강당에서 '대학 통합 방향 설명과 의견수렴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거창대학교와 함께 연 주민설명회에는 지역 주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박민원 국립창원대학교 총장을 비롯해 김재구 거창대학총장, 윤인구 경상남도 교육청년국장이 나와 통합 배경과 추진경과, 특성화 방안 등을 설명했다.
통합 배경 설명에 나선 윤 국장은 대학 통합은 도립대를 살리고자 마련된 방안임을 강조했다. 저출생으로 학령 인구가 감소하고, 청년 인구 수도권 집중이 심화돼 비수도권 대학 소멸 압력이 가중되는 과정에서 대학 생존과 발전을 위한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20년 후 도내 고등학교 졸업생이 3만 명 수준에서 1만 3000명으로 대폭 감소해 도내 3개 대학 중 2개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로, 2곳 도립대를 운영하는 도는 도비 지원이 급증해 재정 압박이 늘어나고, 정원이 감소한 대학은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국장은 도립대 특성화 방안과 통합 이후 지원 방향도 제시했다. 거창대는 간호·항노화·드론을 중심으로 스마트 제조·보건의료 분야를, 남해대는 항공·관광·방산·원전을 중심으로 미래에너지산업과 안전 분야를 특성화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존 특성화 분야에 경남도 주력산업 인력을 양성하고, 미래 신산업 인력을 양성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거창캠퍼스는 경남 전략산업과 경남 서북부 지역산업을 연계한 지역 정주형 항노화 휴먼케어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남해캠퍼스는 우주항공산업과 관광산업 연계 학사구조 개편해 전문 인재를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도는 통합 이후 도립대 지원을 위해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해 다양한 지원을 펼쳐 나가겠다고 했다. 특히, 지역에서 대학 통합에는 공감하나 도립대가 국립대로 편입되며 지역대학 존속 여부를 걱정하고 있는 만큼, 주민을 설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도는 대학 통합 시 현 학생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거창·남해캠퍼스 학생 정원 조정 시 경남도와 사전 협의할 수 있도록 해 적정 규모 인원을 유지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또한, 거창·남해캠퍼스 부총장 제도를 도입하고, 현 장학제도를 그대로 유지해 학생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2~4년제 병행 학사 운영이 가능한 다층학사제를 추진해 전문학사와 학사인력 모두를 양성하는 국립대 기틀을 마련, 대학 인지도를 상승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주민 여론 수렴 부족" 지적 = 주민 의견은 다양했다. 폐교 위기에 몰린 대학이 생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의견과 지역 대학의 정체성을 잃고 결국 국립창원대 부속 시설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렸다. 최민식 거창군주민자치연합회장은 "거창대학은 지금까지 지역대학으로서 자리매김해 왔다. 국립창원대로 편입되면 거창대학 정체성이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민도 "누구를 위한 통합인지 주민입장에서는 헷갈리는 상황이다. 아무런 설명 없이 통합이 추진됐다. 이번 설명회조차 통합을 전제로 진행되고 있다. 통합 후 학생 인원 수 조정으로 폐과하고 마지막 폐교 수순을 밟지 않을지 걱정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주민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는 통합 과정에서 도립대에 재정과 인력을 대폭 늘리는 장치가 필요하다. 지역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치를 확실히 보장해 달라"고 했다.
주민 김훈규 씨는 도립대 교육의 질을 높여 나가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통합이 되더라도 대학 연구 수행, 우수한 교원 학보 등 교육의 질을 어떻게 높여 나갈지 분명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캠퍼스 재배치라든지 통합 문제에만 몰입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거창대학에 올 수 있도록 우수한 교수진과 연구를 뒷받침할 지원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도립대에 왔을 때 안정적인 취업이 보장되고, 학교생활에 만족할 수 있도록 가시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총장을 비롯한 주민설명회 주최 측은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윤 국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컬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언젠가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다"며 "도는 안정망인 글로컬에 들어가려고 했고, 이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주민 의견 수렴이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 이어 17일에는 도립남해대 혁신융합지원실에서 지역주민, 교직원, 군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가 열릴 예정이다.
국립창원대는 올해 거창대학·남해대학과 통합, 한국승강기대학교와 연합을 전제로 2024 글로컬대학30에 최종 선정됐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은 학령인구 감소와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지역사회 맞춤형 인재를 키우고자 오는 2026년까지 비수도권 지방대 30곳을 선정한다. 대학별로 5년간 국비 약 1000억 원(통합/연합의 경우 약 2000억 원) 예산 지원과 규제혁신 우선 적용, 지자체와 범부처 투자 확대 등 전폭적 지원을 받게 된다.
/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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