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지배한 국가들이 제국 구축
현대 시간 지배 원천 '과학기술력'
역사 속에서 초강대국이라 불렸던 나라들은 어떤 힘으로 세상을 제패했을까? 경제력·군사력·정치력·문화력 등 세상을 지배하려면 다양한 힘이 필요하겠지만, 시대와 환경에 따라 필요로 하는 힘의 경중은 달랐을 것이다.
거대국가를 유지했던 로마제국은 잘 훈련된 군사력 이상으로 효율적인 정책 결정 구조와 법률 기반의 '정치체계'가 세상을 지배하는 원천이 되었을 것이다. 넓은 도로망을 구축해 군대와 상업의 이동 시간을 단축했다. 또한 달력 체계를 도입해 통치 지역들의 시간 통제를 강화했다.
범세계적인 제국을 건설한 몽골제국은 유목 민족답게 '기동성'으로 세계를 지배했다. 말을 이용해 하루에 200㎞ 가까이 이동하면서 당시로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를 만들었다. 몽골은 보르츠(말린 고기)·말젖 가루와 같은 전투식량을 개발해 보급부대 없이도 먼 거리를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전광석화와 같이 적군을 제압하면서 중국·페르시아·유럽에 이르는 광활한 영역을 차지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은 많은 물자를 수월하게 옮길 수 있는 바다를 통제하고 무역 경로를 지배할 수 있는 '해상력'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이룰 수 있었다. 영국은 증기기관을 이용해 시간당 생산성을 높였고,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하는 세계 표준시(GMT)를 만들어 전 세계 식민지의 시간을 일관되고 정확하게 관리하였다.
이처럼 제국을 구축해 세계를 지배한 국가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시간을 지배한 국가'라는 점이다. 초강대국은 시간의 개념과 중요성을 발 빠르게 인지했다. 자국의 영향력을 확장하고, 피지배 지역을 통합하고자 군사·경제·정치·사회 전반에 시간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시간이 곧 돈이고 힘이었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물자를 생산하고, 더 많은 물자와 사람을 빠르게 수송하고, 혹독한 환경에서도 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은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이러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그 누구보다 앞서 나가거나,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국가들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고, 패권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 강대국은 시간을 지배하는 힘을 가졌고, 그 힘으로 미래까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대국은 수준 높은 과학기술력을 활용하여 시간을 더욱 정교하게 관리·통제하고 심지어 창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GPS 위성시스템 기술을 활용하여 정확한 시간과 위치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금융·통신·물류·군수·우주 분야의 전 세계적 발전을 가져왔고, 초강대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또한 정보화 및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하여 시간의 순차적 흐름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인 행위를 실시간 관리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앞으로 전자를 넘어 양자 기술의 시대로 접어든다면 1만 년이 걸리는 컴퓨터 연산을 단 200초 만에 끝낼 수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AI)의 활용은 의료, 제조,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방면에서 시간적 효율성을 엄청나게 극대화할 것이다. 첨단 바이오 기술은 인간의 수명 시간을 연장할 뿐만 아니라 삶의 질까지 개선할 것이 확실하다.
이렇다 보니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을 지배하는 과학기술력을 빼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과학기술력은 시간을 지배하고, 시간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하는 논리 구조이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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