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보다 3.1도 상승한 기온
친환경 대회, 상업주의 탈피해야

2024 파리 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친환경·저탄소 올림픽을 내세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설정한 탄소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번째 국제 스포츠 이벤트였다.

이산화탄소 230만 t이 배출된 2012년과 340만 t이 배출된 2016년 대회와 견줘 탄소발자국을 절반으로 줄이고, 배출되는 탄소보다 더 많은 양을 상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아보카도, 에어컨, 일회용이 없는 3무(無) 올림픽을 실천하고자 했다. 필자는 3무에 아보카도가 들어 있어서 '생뚱맞다' 생각했지만, 내가 먹는 음식물의 탄소발자국(생산-유통-소비까지의 총 탄소배출량)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파리는 올림픽 이전에 '파리협정'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파리협정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UN)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모든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고자 배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자는 협약"이다. 이처럼 파리는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발의한 역사적인 장소이면서, 올림픽 역사상 탄소 제로 목표를 내세운 첫 올림픽 개최지이다.

하지만, 친환경 올림픽 슬로건이 무색해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100년 전 1924년 파리 올림픽보다 평균 기온이 섭씨 3.1도 오른 극심한 무더위 때문에 3무 중 하나였던 숙소 내 에어컨 사용을 주최 측은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부족한 채식 위주 식단에 불만을 품은 일부 선수들은 선수촌을 빠져나와 외부에 숙소를 정하기도 했다. 폭염과 허기짐 앞에서 인간의 인내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친환경 올림픽은 애초부터 성공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에어컨의 탄소 배출량이 많은 혹서기를 피해 봄과 가을에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과 같이 경기 일정과 방식을 바꾸는 것이 더 합당할 것이다. 최근 북반구에서 개최된 10번의 올림픽 중 9번이 가장 무더운 7월과 8월에 개최되었다. 유일하게 서울 올림픽이 9~10월에 개최된 적이 있다.

올림픽이 숨 막히는 여름 혹서기에 개최되는 가장 큰 이유는 IOC의 최대 수입원인 TV 중계권료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방송사 가 2012년부터 2032년까지 올림픽을 독점 중계하고자 낸 액수가 무려 77억 달러(10조 원)에 이른다. 막대한 자금을 IOC에 낸 는 미식축구, 농구, 야구(포스트시즌) 등 미국 내 스포츠계가 조용한 한여름에 올림픽을 열어 더 많은 시청률과 광고 수익을 올리려는 것이다. 또한, 유럽축구 등과 같은 세계적 인기 스포츠 시즌과 겹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다.

결과적으로 올림픽이 더 뜨거워지는 것이 상업주의에 영합한 IOC의 행보 때문이다. 인간의 욕심이 지구를 뜨겁게 했고, 그 물욕이 올림픽마저 더 뜨겁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TV 중계권료와 광고수익 때문에 올림픽을 여름에만 고집하는 것은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 올림픽 실현에도 큰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가 스포츠계에도 실존적 위협으로 등장한 이 시점에서, 하계올림픽이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진정으로 친환경·저탄소 올림픽이 되길 원한다면 올림픽의 상업주의 탈피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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