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룟값 상승·소고기 도매가 하락
한 마리 팔면 200만~300만 원 적자
대책 호소해도 정부 무관심 일관
수급조절·사료룟 인하 등 절실

이남권 전국한우협회 거창군지부장이 4일 거창군 남상면에 있는 본인 농장에서 소를 돌보고 있다. 이 지부장은 "가족 4명이 한우 사육에 매달고 있지만 사룟값 상승 등 생산비 폭등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섭 기자
이남권 전국한우협회 거창군지부장이 4일 거창군 남상면에 있는 본인 농장에서 소를 돌보고 있다. 이 지부장은 "가족 4명이 한우 사육에 매달고 있지만 사룟값 상승 등 생산비 폭등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섭 기자

 

"소 한 마리 키워 내다 팔면 300만 원 정도 손해를 봅니다. 사룟값·인건비 다 오르는데, 소 값만 계속 떨어졌어요. 지금까지 어떻게든 버텨왔는데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한우 농가 파산은 불 보듯 뻔합니다."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린 한우 반납 집회에 참여했다 귀가 중인 박세호 전국한우협회 거창군지부 사무국장 목소리는 차분했다. 거창에서 한우 100마리를 키우는 그는 고된 일정에 피곤한 기색도 없이 한우 농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까지 많이 버티고 계셨는데 올해 초부터 폐업하는 농장이 하나둘 늘고 있어요. 소 키워 빚만 늘어나니 농장을 내놓고 전업을 생각하는 겁니다. 정부는 소 한 마리 키워 출하하면 번식우는 120만 원, 비육우(고기소)는 140만 원 적자를 본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농가가 체감하는 적자는 25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소 한 마리 팔 때마다 소 등에다가 250만 원씩 얹어 출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소 100마리 키워 한 달에 1000만 원, 1년에 1억 원이 넘는 적자를 보는 거지요. 이런 적자 상황이 적어도 2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 사무국장은 정부가 한우 농가를 도산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정부 차원 한우 산업 안정화 정책이 절실하지만 지금까지 대책 없이 일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우를 키우면 계속 적자가 느는데 정부는 농가에만 떠넘기고 있습니다. 수년 동안 이어진 사룟값 상승에 소고기 도매가 하락 등 한우 농가들이 대책을 호소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어요. 전국 한우 농가가 12년 만에 서울로 집결해 집회를 연 이유입니다."

그는 정부가 늦기 전에 한우 산업 안정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우협회는 우선 암소 2만 마리 정도를 정부에서 수매해 격리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전국 한우 적정 사육 수가 300만 마리인데 현재 350만 마리 정도 사육하고 있거든요. 사육 수를 줄여 수급을 조절하자는 겁니다. 또한 정부가 나서 사룟값을 낮춰달라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한우 농가들은 농협이 개입하면 사룟값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어요. 실제로 협회가 조사한 결과도 농가 생각과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 투쟁에 나섰던 농민들은 소고기 수입에도 볼멘소리를 보탰다. 소고기 수입이 한우 가격 하락의 한 원인으로 한우 자급력과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다.

전국한우협회 거창군지부 한 회원은 "소고기 수입량이 늘면 당연히 한우 소비량은 줄어듭니다. 현재 우리나라 소고기 자급률은 35% 정도로 수입 소고기가 우리나라 식탁 65%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우 고급육은 소비층이 두꺼워 그래도 견딜 만하지만 등급이 낮은 소고기는 값싼 수입 소고기와 경쟁해야 하니까 잘 팔리지 않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우 농가가 등급이 낮은 한우를 출하하면 적자 폭이 더 클 수밖에 없고 1등급 한우만 생산할 수 없으니 경영난이 반복되는 겁니다."

합천에서 한우를 키우는 배몽희(59) 씨도 거창 한우 농민과 같은 심정이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한우를 키워 왔지만 심상치 않은 상황에 마음이 놓이지를 않는다. "한우 키워서 큰 부자 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농업이란 게 쌀농사도 마찬가지겠지만 땀 흘린 만큼 대가를 바라는 겁니다. 그냥 먹고살며 생활할 수 있고 저축하는 삶을 바라는 거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뿌린 대로 거두지 못하는 심정은 참 암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배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한우법' 이야기를 꺼냈다. "한우 산업이 안정되려면 현장을 이해하는 정부 정책이 뒤따라야 합니다. 어려운 한우 농가를 위해 여야가 합의해 '한우법'을 통과시켰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수포로 돌아갔어요. 한우 산업이라는 게 장기적인 정책과 맞물려 성장해야 하는데, 법 폐기로 한우 농가 시름만 커지게 된 꼴입니다."

배 씨가 말한 한우법은 경영개선자금 등 한우 농가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5월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정부는 돼지·닭 등과 형평성 문제와 입법 비효율성을 이유로 한우법 제정 대신 축산법을 개정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고기소용 배합사료 가격은 ㎏당 578원으로 전년 대비 3.1% 올랐다. 이는 2020년과 비교하면 40.4% 오른 수준이다. 그러나 한우 도매가격은 지난달 ㎏당 1만 6715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5% 내렸으며, 평년보다 21.1% 하락했다.

 /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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