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료계 일부 의사단체 직접 겨냥
"대안 없이 반대" 밥그릇 싸움 지적
전공의 집단 이탈에 "비판 마땅" 언급
정부 계획에는 "'공공성' 빠졌다" 비판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 이탈에 이어 지난 25일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마저 사직서를 냈습니다. 의료 현장을 떠난 의사들에게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 공언한 정부는 이 문제가 4월 총선 악재로 부각되자 태도를 바꿨습니다. 의사들은 정부 대화 요구에 사직서로 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 집단 안에서도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의대 교수와 대학병원 의사 2명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국가권력과 전문가 권력 간 갈등 때문에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고통받고 있어요. 의료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미안합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단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현직 의사 사이에서도 제기된다. 의료 공백 사태 피해를 국민이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증원을 반대하는 의료계를 향한 비판과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복귀 요구가 불거지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병원에서 열린 의과대 운영대학 및 수련병원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병원에서 열린 의과대 운영대학 및 수련병원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권 의식과 허술한 정부 정책 = 현직 의대 교수인 ㄱ 씨와 대학병원 의사인ㄴ 씨는 의대 증원 반대 배경으로 먼저 ‘기득권 지키기’를 꼽았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은 의사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의사들은 건강과 생명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더 큰 사회적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ㄱ 씨)

“의대 증원은 의사들에게 위협이 됩니다. 과거 요양병원 당직을 한의사가 할 수 있도록 허용되자 당직 급여가 상당히 줄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미용시술 타 직종 개방, 비급여 규제 등도 의사 수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ㄴ 씨)

물론 의대 증원 반대에 특권 의식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의료 문제 해결에 필요한 세밀한 장치가 정부 정책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득권 지키기와 허술한 정부 정책이 의료 개혁을 막는 명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27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병원에서 열린 의과대 운영대학 및 수련병원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의료진의 상의에 '근조 의학교육'이라고 적힌 검은 리본이 달려 있다. /연합뉴스
27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병원에서 열린 의과대 운영대학 및 수련병원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의료진의 상의에 '근조 의학교육'이라고 적힌 검은 리본이 달려 있다. /연합뉴스

◇의료 공백이 수단일 수는 없어 = 의료 공백을 보는 여론은 냉담하다. 전공의에 이어 의사들은 집단 사직서 제출을 강행했다. 경상국립대는 사직서 제출 교수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면 부산대는 제출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정치적 입장 때문에 모든 의료 영역에서 철수한 점은 비판받아야 합니다. 의대 교수도 학생과 전공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사직서 제출도 그런 의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하지만 진료가 축소되면 시민사회 구성원 고통은 커질 것입니다.” (ㄱ 씨)

이 같은 의료 공백은 소규모 시군 주민에게 더 치명적이다. 경남보건의료지원단이 조사한 내용을 보면 경남 군 단위 지역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다. 김해·양산·진주·창원·통영·거제를 제외한 시군에는 종합병원도 없다. 산청과 하동에는 입원할 수 있는 급성기 병원이 운영되지 않는다.

“헌법이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나 국민 생명권을 해치는 상황에는 제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의견이지만 의료 붕괴가 있어야 정부가 후퇴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든 의료서비스 중단은 비윤리적 행위입니다.” (ㄴ 씨)

전국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국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은 맞지만 정부 정책은 문제 = 두 사람은 의대 증원을 찬성하면서도 정부 정책이 의료 개혁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의료 개혁을 이끌 △보건의료 체계 공공성 강화 △지역의사제 △공공의과대학 도입 등이 없는 점도 꼬집었다. 모든 국민이 동등한 수준으로 의료혜택을 누리려면 지역거점 국립대학병원을 수도권 빅5 병원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모두 정부가 언급하지 않는 내용이다.

“병원이 없는 지역은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획기적인 투자를 해야 합니다. 단순히 의대 정원을 양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사제, 공공의과대학 등 지역의료, 필수 의료에 종사할 의사 인력을 의도적으로 양성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ㄱ 씨)

“윤석열 정부는 시장을 통한 문제 해결을 선호합니다. 시장은 많은 영역에서 실패할 수 있기에 정부가 중재자로 나서야 합니다. 현재 의료 개혁 어디에도 ‘공공’이 없습니다. 지역에서 의사를 키워 고용하고 유지할 세부 계획 없이 문제 해결은 힘들다고 봅니다. 환자에게,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ㄴ 씨)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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