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하얀장부] 창원지검 업무추진비 편
(2-1) 검찰 식구 챙기는 식비?

검사장·사무국장 부서별 간담회
2017년부터 올 1분기까지 6년간
전체 사업 중 '검사장' 주최 21.5%
'사무국장' 주최까지 합치면 30.2%

상반기 18회 부서별 다과회 사례도
이·취임, 새식구 맞이 때 잇단 결제

국민이 낸 세금인데도 단체·기관장 또는 공무원이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주머닛돈'. 업무추진비에는 여전히 이 같은 비판이 따라붙습니다. 지금처럼 자세한 사용 내역이 누리집에 공개되기까지 시민단체와 언론은 주먹구구식 집행을 지적하고 투명성을 요구했습니다. 창원지방검찰청 역시 '사전정보공표대상'으로 검사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2010년부터 매달 누리집에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추진비를 식비 따위로 과도하게 지출하는 관행 탓에 업무와 관련돼 있는지 명확하지 않고,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창원지검 명세서와 영수증은 역시나 먹칠로 가린 부분이 많아 예산을 제대로 쓰는지 따져보기 어려웠습니다.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은 기록과 판별 작업을 거쳐 업무추진비 지출 행태를 살피고 부적정 의심 사례를 찾아냈습니다. 창원지검 자료가 인근 경남도청이나 도교육청과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봤습니다. 그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창원지검 업무추진비 세부 집행 내용을 보면, 검사장과 사무국 맨 꼭대기 자리에 있는 사무국장이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간담회를 진행한 점이 눈에 띈다. 업무추진비가 이른바 '제 식구 챙기기'에 쓰이는 관행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밥 먹기 바쁜 검사장? = 업무추진비 대부분이 간부나 직원들 식비로 집행됐다. 명세서상 사업 내용에는 수년간 '오찬 간담회', '만찬 간담회' 등으로 표기했는데, 지난해 2월부터는 '업무협의'로 기록한 점도 특징이다. 이때 창원지검 내부에서 업무추진비 표기 방침을 바꾼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해 11월 14~17일 진행한 △집행실적 향상을 위한 집행과 및 세입계 업무협의 △업무역량 향상을 위한 조사과 직원 업무협의 △업무역량 향상을 위한 형사4부 직원 업무협의 △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수형보존계 직원 집행과 업무협의 △압수 등 업무역량 향상을 위한 사건과 직원 업무협의 등이 일례다.

'검사장 주재', '사무국장 주최' 등 표기는 점차 줄어들었다. 2017년부터 올 1분기까지 6년여 간 전체 사업 1103건 가운데 '검사장' 주최·참여 행사는 237건으로 21.5% 비율이었다. '사무국장' 행사(96건)까지 합치면 그 비중이 30.2%였다.

연도별로는 △2017년 검사장 38건·사무국장 15건 △2018년 검사장 56건·사무국장 51건 △2019년 검사장 60건·사무국장 22건 △2020년 검사장 39건·사무국장 5건 △2021년 검사장 31건·사무국장 3건 △2022년 검사장 13건·사무국장 0건 △2023년 1분기 모두 0건이었다.

노정연 제40대 창원지검장(현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이 2021년 11월 11일 '검사장 주재, 간부회의 후 만찬간담회'로 창원 용호동 고깃집에서 43만 5000원을 쓴 영수증.
노정연 제40대 창원지검장(현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이 2021년 11월 11일 '검사장 주재, 간부회의 후 만찬간담회'로 창원 용호동 고깃집에서 43만 5000원을 쓴 영수증. 모자이크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취재진이 처리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간담회' = 노정연 제40대 지검장(현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은 2021년 11월 1일부터 12일까지 평일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간부 또는 부서별 직원과 간담회를 했다. 12차례 간담회에서 쓴 금액을 합치니 325만 5500원. 대상은 차·부장검사, 사무국·과장, 형사 2부, 수·조사과, 검사회의 참석자, 과장, 형사3부, 총무과, 부별 수사업무 보고 이후였다.

이 가운데 9회 진행한 오찬(점심)은 코다리, 삼계탕, 한정식, 일식, 복어요리, 초밥, 중국음식 등으로 매번 메뉴가 달랐다. 3회 진행한 만찬(저녁)은 참석 대상과 사용처가 △11월 8일 검사2팀·김해 율하동 이탈리아 음식점(34만 9000원) △11월 9일 범죄예방위원 임원·창원 용호동 한정식집(42만 5000원) △11월 11일 간부회의 이후·창원 용호동 고깃집(43만 5000원)이었다.

 

또 노 지검장은 지난해 1월 7일~2월 8일 한 달 사이 9회에 걸쳐 '오찬' 또는 '간담회'(총 137만 8000원)를 진행했다. 대상은 부별 업무보고 이후, 전입 일반직 간부, 검사 업무협의회 등이었다. 2월 8일에는 '생일직원 간담회'로 창원 사파동 제과점에서 17만 원을 썼는데, 6년여 동안 생일 직원을 챙긴 유일한 사례다.

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 규칙에는 생일인 직원에게 의례적인 선물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대검이 제시한 지침에는 이 같은 사용 범위가 명시돼 있지 않다. 다른 기관·단체에서도 생일 직원 대상 지출은 늘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 말 경기도는 업무추진비로 직원 생일 선물, 명절 선물 또는 상품권 등을 사서 지급한 기초자치단체들에 기관경고나 주의조치 등을 내린 바 있다.

최경규 제39대 창원지검장(현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재임 시기인 2021년 3월 5일 '형사 1부, 3부 직원 격려 다과 나눔행사'로 창원 사파동 카페에서 49만 원을 결제한 영수증.
최경규 제39대 창원지검장(현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재임 시기인 2021년 3월 5일 '형사 1부, 3부 직원 격려 다과 나눔행사'로 창원 사파동 카페에서 49만 원을 결제한 영수증.

◇직원 격려·실적 향상 다과회도 = 최경규 제39대 지검장(현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은 취임일인 2020년 8월 11일 창원 용호동 한정식집에서 '검사장 주재, 검찰간부 오찬간담회'로 48만 원을 결제했다. 당시 검찰이 업무추진비 집행 때 1인당 1회 4만 원 제한 기준을 맞췄다면, 이 음식점이 수년 전부터 점심에 제공해온 4만 원 메뉴를 최대 12명이 먹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최 지검장 재임 시기인 2021년 1~6월 18회에 걸쳐 부서별 다과회 또는 다과 나눔행사를 연 점도 눈에 띈다. '직원 격려' 또는 '실적 향상'이 목적이었다.

신년다짐 다과회를 시작으로 형사 1·2·3·4부, 공판송무부, 조사과, 집행과, 사건과, 수사과, 총무과, 중요경제범죄조사단, 인권감독관실, 부속실, 현장수사지원반, 환경관리원실 등이 2~3회씩 다과 나눔행사를 했다.

이 가운데 15차례는 49만 8000원, 49만 원, 43만 원 등으로 50만 원을 넘기지 않으면서 거의 채우는 지출 행태를 보였다. 사용처는 창원 사파동 카페(6건), 창원 도계동 제과점(4건), 창원 상남동 샌드위치 가맹점(4건), 함안 과실류 도매업 법인(1건)이었고, 3건은 영수증 해독 불가였다.

지검장들이 이임을 앞두거나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면서 업무추진비를 과도하게 쓰는 행태도 확인됐다.

문홍성 제38대 지검장(전주지방검찰청 검사장 퇴임)은 이임 일주일을 앞둔 2020년 8월 3일 '검사장 주재 격무 직원 오찬간담회'(28만 원·창원 상남동 일식당), 같은 날 '검사장 주재 검사 간담회'(48만 원·창원 성주동 고깃집)를 잇따라 진행했다. 한날 76만 원을 썼다는 것이고, 고깃집은 저녁 자리로 볼 수밖에 없다.

이정회 제36대 지검장(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 퇴임)은 2019년 4월 10일 '검사장 주최, 신규 수사관 간담회'로 무려 72만 9000원을 썼는데, 이 역시 영수증 해독이 불가능했다.

김영대 제34대 지검장(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퇴임)은 이임을 이틀 앞둔 2018년 1월 16~17일 이틀간 검사장 환송 오찬-만찬-오찬을 연달아 세 차례나 하면서 총 133만 6500원을 썼다. 각각 50만 5000원(영수증 해독 불가), 54만 7000원(창원 사파동 고깃집), 28만 4500원(창원 사파동 돈가스집)을 결제한 영수증이 첨부돼 있었다.

/시민사회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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