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하얀장부] (1) 창원지검 업무추진비 집행 실태

6년 3개월간 지출 1103건 확보
결제·지출 행태 판별작업 결과
한 해 평균 3842만 7615원 사용
11월 건수 집중 '연말 몰아 쓰기'

명세서·영수증 사용처·금액 등
지워져 있거나 먹칠 '수두룩'
업무 관련성 명확하지도 않아

 

국민이 낸 세금인데도 단체·기관장 또는 공무원이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주머닛돈'. 업무추진비에는 여전히 이 같은 비판이 따라붙습니다. 지금처럼 자세한 사용 내역이 누리집에 공개되기까지 시민단체와 언론은 주먹구구식 집행을 지적하고 투명성을 요구했습니다. 창원지방검찰청 역시 '사전정보공표대상'으로 검사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2010년부터 매달 누리집에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추진비를 식비 따위로 과도하게 지출하는 관행 탓에 업무와 관련돼 있는지 명확하지 않고,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창원지검 명세서와 영수증은 역시나 먹칠로 가린 부분이 많아 예산을 제대로 쓰는지 따져보기 어려웠습니다.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은 기록과 판별 작업을 거쳐 업무추진비 지출 행태를 살피고 부적정 의심 사례를 찾아냈습니다. 창원지검 자료가 인근 경남도청이나 도교육청과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봤습니다. 그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2017년부터 2023년 3월까지 6년 3개월 동안 창원지검 업무추진비 집행 사례 1103건을 분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211건, 2018년 232건, 2019년 173건, 2020년 146건, 2021년 115건, 2022년 212건, 2023년 1분기 14건이다. 창원지검이 공개한 자료 가운데 사업 내용이 적힌 명세서가 일부 빠진 것을 고려하면, 실제 업무추진비 결제 건수는 이보다 조금 더 많을 것이다.

◇대검 업무추진비 지침 = 2020년 1월 대검찰청 운영지원과는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예산집행 지침을 작성한다. 공동취재단이 취재를 통해 재구성한 '검찰 업추비 예산집행 매뉴얼 문서'를 보면 업무추진비는 '단체장 등이 기관을 운영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등 공무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을 말한다.

업무추진비는 사업추진비와 관서업무비로 나뉜다. 사업추진비는 '사업 추진에 들어가는 식음료비, 연회비·기타 제경비', 관서업무비는 '각 관서 대민·유관기관 업무협의, 당정협의, 언론인·직원 간담회 등 관서 업무 수행 경비와 체육대회, 종무식 등 공식적인 업무 추진에 들어가는 경비'로 각각 적용 범위를 정해놓았다.

업무추진비는 정부 구매카드로 집행해야 하고 현금으로 사용할 수 없다. 카드 결제 때 기관명이 아닌 사용자 실명으로 서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건당 지출이 50만 원 이상이면 주된 상대방의 소속과 성명을 기재한 명단을 제출해야 하고, 다과 구입 때는 업무 이외에 사적 사용 금지를 위해 행사 계획표 등 소명자료를 첨부해야 한다.

◇결제 건수 많은 '11월' =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창원지검 업무추진비 자료는 지출원인행위서, 지출결의서, 지출결의명세, 첨부된 영수증으로 구성돼 있다. 지출원인행위서와 지출결의서에는 요청 부서로 실제 업무 담당 부·과나 담당자 실명 없이 대체로 '관서운영경비 출납 공무원'이라고 적혀 있고, 특정 기간 사업 몇 가지를 합친 금액이 나와 있다.

자세한 내역은 지출결의명세에 있는데 △사업 내용 △행사 일자 △거래처 △금액 등이 표 형식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사업 내용에서 참석자로 추정되는 부분과 거래처는 검게 칠한 상태여서 볼 수 없었다.

영수증도 마찬가지다. 상호, 결제 시각(카드 승인 일시), 상품명·단가·수량·금액 등 상세 지출 내역, 카드사·카드번호, 사용자 서명 등을 먹칠해 가려놓았다. 비교적 오래됐거나 복사 상태가 불량한 영수증은 숫자나 글자가 대부분 지워져 있어 정확한 사용처나 지출 금액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

일부 명세서와 상당수 영수증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출결의명세에 적힌 모든 행사 때 지출한 금액을 합쳐봤다. 창원지검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연간 평균 3842만 7615원 업무추진비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4898만 5800원)이 가장 많았고, 2019년(4763만 3800원), 2017년(4431만 8000원), 2022년(3329만 970원), 2020년(3177만 4910원), 2021년(2456만 2210원)이 뒤를 이었다.

월별로 계산해보니 업무추진비 또한 특수활동비처럼 연말 몰아 쓰기 행태를 보였다. 다만 12월보다 11월 결제 건수가 많은 점이 특징이다. 가장 결제 금액이 컸던 2018년(232건)에는 11월(37건)이 가장 건수가 많았고, 12월(30건), 2월(24건), 4월(24건), 10월(2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212건) 지출 내용을 봐도 49건이나 11월에 몰려 있었다. 같은 해 4월(42건), 5월(30건), 6월(23건)에도 결제 건수가 많은 편이었다.

창원지검 업무추진비 지출결의명세에는 사업 내용, 행사 일자, 거래처, 금액 등이 표 형식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사업 내용에서 참석자로 추정되는 부분과 거래처는 검게 칠한 상태로 공개했다.
창원지검 업무추진비 지출결의명세에는 사업 내용, 행사 일자, 거래처, 금액 등이 표 형식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사업 내용에서 참석자로 추정되는 부분과 거래처는 검게 칠한 상태로 공개했다.
창원지검은 지난해 5월 19일 창원 상남동 고깃집에서 ‘사건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한 사건과 업무협의-2’로 업무추진비 48만 원을 썼다. 이처럼 검찰은 상호, 결제 시간(카드 승인 일시), 상세 지출 내역, 사용자 서명 등을 먹칠로 가린 채 자료를 제공했다. 모자이크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취재진이 처리했다.
창원지검은 지난해 5월 19일 창원 상남동 고깃집에서 ‘사건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한 사건과 업무협의-2’로 업무추진비 48만 원을 썼다. 이처럼 검찰은 상호, 결제 시간(카드 승인 일시), 상세 지출 내역, 사용자 서명 등을 먹칠로 가린 채 자료를 제공했다. 모자이크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취재진이 처리했다.

◇자료 관리 부실 닮은꼴 = 자료 관리 부실도 특수활동비와 닮은꼴이다. 지난해 6월 27일 13만 원(창원 신월동 복어요릿집), 6월 28일 37만 4000원(창원 상남동 고깃집), 6월 29일 10만 8000원(창원 사파동 한식당)은 사업 내용이 담긴 지출결의명세가 빠진 채 영수증만 첨부돼 있었다.

2018년 11월 23일 76만 원·64만 1000원·187만 6980원·53만 3520원은 지출원인행위서와 지출결의서만 있을 뿐 상세 명세와 영수증이 빠져 있었다.

2018년 10월 24일에는 '개인카드로 오인하여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3800원으로 비록 금액이 적었고 반납까지 했다고 적혀 있지만, 카드 사용 부주의를 지적할 수 있다.

창원지검은 업무추진비 영수증에서 결제 날짜만 남겨두고 결제 시각을 거의 모두 꺼멓게 칠해 볼 수 없게 했다. 업무추진비를 오후 11시 이후 심야에 쓰는 것은 대검 지침에서 제시한 대표적인 부적정 집행 사례인데 이를 검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2019년 2월 21일 총무과 만찬 간담회(40만 원), 2월 26일 검사장님 주최 부·과장 만찬 간담회(47만 원), 4월 11일 유관기관(창원대학교) 만찬 간담회(46만 8000원)는 심야 지출, 음주 등이 의심되지만 영수증 글자가 희미해 읽을 수 없었다.

또한 2021년 11월 11일 검사장 주재, 간부회의 후 만찬간담회(43만 5000원·창원 용호동 고깃집) 등처럼 사용처가 확인돼도 대부분 자세한 내역이 없거나 가려놓은 영수증만 첨부돼 있었다.

창원지검은 지난해 11월 10일 '강력, 아동, 성폭력 사건 업무 처리에 관한 형사2부 업무협의 3'으로 창원 상남동 한 종합상가 안 포장판매 커피전문점에서 3만 7000원을 썼다. 검찰이 공개한 거의 모든 영수증에서 검게 칠해 볼 수 없게 한 ‘결제(매출) 시간’이 이 영수증에는 남아 있는데, 통상적 일과시간이 지난 오후 6시 57분이다.
창원지검은 지난해 11월 10일 '강력, 아동, 성폭력 사건 업무 처리에 관한 형사2부 업무협의 3'으로 창원 상남동 한 종합상가 안 포장판매 커피전문점에서 3만 7000원을 썼다. 검찰이 공개한 거의 모든 영수증에서 검게 칠해 볼 수 없게 한 ‘결제(매출) 시간’이 이 영수증에는 남아 있는데, 통상적 일과시간이 지난 오후 6시 57분이다.
창원지검은 지난해 4월 11일 '현장수사지원반 안전 교육 및 수사지원 방안 모색을 위한 업무협의'로 창원 사파동 해물요릿집에서 업무추진비 7만 5000원을 지출했다. 지출결의명세에는 사업 내용 뒤에 '이○○, 서○○, 김○○' 등 3명의 실명이 먹칠로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 이 가운데 2명은 창원지검 현장수사지원반 직원으로 확인됐다. 명세서상 사업명 뒤에 먹칠한 부분에는 행사 참석자 이름 등이 기록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창원지검은 지난해 4월 11일 '현장수사지원반 안전 교육 및 수사지원 방안 모색을 위한 업무협의'로 창원 사파동 해물요릿집에서 업무추진비 7만 5000원을 지출했다. 지출결의명세에는 사업 내용 뒤에 '이○○, 서○○, 김○○' 등 3명의 실명이 먹칠로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 이 가운데 2명은 창원지검 현장수사지원반 직원으로 확인됐다. 명세서상 사업명 뒤에 먹칠한 부분에는 행사 참석자 이름 등이 기록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제 시간·참석자 이름 발견 = 영수증은 가게 이름과 자세한 지출 항목을 가렸지만 전화번호, 사업자등록번호, 주소 등이 남아 있어 사용처를 추적할 수 있었다. 알아볼 수 있는 영수증을 모두 확인해보니 식당이 절대적으로 많았으며 카페, 마트, 제과점 등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담당자 실수인지 결제 시각을 가려놓지 못한 영수증도 발견됐다. 지난해 11월 10일 '강력, 아동, 성폭력 사건 업무 처리에 관한 형사2부 업무협의 3'으로 창원 상남동 한 종합상가 안 포장판매 커피전문점에서 3만 7000원을 썼는데, 이 영수증 결제(매출) 시각은 통상적 일과시간이 지난 오후 6시 57분으로 나와 있다.

역시 담당자가 지우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인지 명세서상 지난해 4월 11일 '현장수사지원반 안전 교육 및 수사지원 방안 모색을 위한 업무협의'(7만 5000원·창원 사파동 해물요릿집) 뒤에는 '이○○, 서○○, 김○○' 등 3명의 이름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

이 가운데 2명은 공동취재단이 확보한 창원지검 부서·직원 배치표에 따라 현장수사지원반 직원 이름으로 확인됐다. 창원지검이 명세서상 사업명 뒤에 먹칠한 부분에는 행사 참석자 이름 등이 기록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 회계관리 훈령을 보면 자치단체 공직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간담회 등 접대비를 1인당 1회 4만 원 이하 범위에서 집행하고, 행사 성격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증빙서류 등에 사유를 명시하고 4만 원을 넘겨 집행할 수 있다. 창원지검이 참석자 기록을 전혀 공개하지 않은 탓에 이 같은 기준을 지켰는지도 따져보기 어려웠다.

/시민사회부 종합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