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비량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직격탄
정부 강조하는 '오염수 괴담' 공허한 메아리
어민, 정부 수매와 어선 감척 구조조정 요청

정부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괴담'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실제 어업 현장은 그 여파에 신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일본 원전 오염수를 거론하면서 또다시 '괴담'이라는 표현을 썼다. 윤 대통령은 민생 현장 목소리를 전하는 과정에서 "오염수 괴담이 한차례 지나간 수산시장 상인들은 이제 내년 봄에 선거가 다가와 또 이런저런 이유로 시끄러울 것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정부가 좀더 용의주도하게 대응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괴담의 사전적 의미는 '괴상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우려는 '괴담'이 아닌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바다장어 업계는 최근 근해통발수산업협동조합 이사회에서 조업 축소를 결의했다. 즉 장어 어선 47척이 올해 말까지(시기 유동적) 15일씩 조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재고 물량이 계속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생산량은 예년보다 늘었다. 통영에 있는 근해통발수협 자료를 보면, 붕장어 생산량은 매해 말 기준으로 2019년 827t, 2020년 1143t, 2021년 745t, 2022년 1403t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10월 말 기준으로 벌써 1689t에 이른다. 올해 높은 수온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근해통발수협은 14일 통영 본소에서 근해장어통발 조합원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남석형 기자
근해통발수협은 14일 통영 본소에서 근해장어통발 조합원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남석형 기자

문제는 소비량이다. 근해통발수협은 올해 정확한 소비량을 집계하진 못했지만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좀 더 들여다봐야 한다. 근해통발수협은 재고 물량을 해소하고자 군 급식 물량 확대, 대기업 납품, 그리고 수산물 판촉 행사에 온 힘을 쏟았다. 올해 소비량은 그 덕에 그나마 예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즉 식당을 비롯한 일반 소비량은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예로 부산 한 업체 매입량은 매해 250t가량이었지만, 올해 5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주된 원인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로 향한다. 한 선주는 "일본 수출도 줄긴 했지만, 결국 그게(원전 오염수) 결정적인 건 맞다"고 말했다.

근해통발수협도 최근 보도자료에서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국내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우려로 바다장어 소비 수요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생산량은 늘고 소비량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붕장어 예년 평균 단가는 kg당 1만 1100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8000원으로 떨어졌다. 장어잡이 어선은 조업당(보름 기준) 기름값·인건비·미끼비 등 9000만 원가량 지출한다. 하지만 수입은 가격 하락으로 8000만 원 수준이다. 선주 처지에서는 조업을 나가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바다장어 업계가 조업 단축을 결의한 이유다.

이에 업계는 정부에 수매를 요청하고 있다. 정부는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부 요인에 따른 적체 물량을 수매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가 수산물유통발전위원회를 개최해 이를 결정한다. 이에 업계는 정부 수매를 신청하고자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업계 얘길 종합하면, 정부는 이번 문제를 원전 오염수와 연결하는 것을 극도로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처지에서는 정부가 수매하는 게 중요하기에…"라며 말을 아꼈다.

정부는 앞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전후 어업인 간담회를 열며 지원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도내 업계 관계자는 "정부·자치단체는 그동안 수산물 소비 촉진 행사를 잇달아 열어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줬다"며 "하지만 어민들은 이러한 행사에서 일정 부분 판매 증가 외에 지원받은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남석형 기자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