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서 찬성 173, 기권 1표 '가결'
여당 방통위원장 탄핵에 필리버스터 포기
야권 "노동자 생명 지킬 인권법 통과" 환영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송3법'도 통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할 가능성 커 '예의주시'
'거부하면 '국민이 대통령 거부' 각오하시라"
지난해 여름 거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51일 파업 이후 현안으로 떠오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00년 창원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신한 배달호 열사, 2003년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유명을 달리한 김주익 열사, 2009년 경기도 평택과 창원 쌍용자동차 조합원과 그 가족 30여 명이 겪은 고통과 눈물이 담긴 법안이 입법 추진 20년 넘어 수차례 좌절 끝에 마침내 빛을 봤다. 앞서 19·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폐기됐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을 비롯한 야권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174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73명, 기권 1명으로 법안은 가결됐다. 노란봉투법은 법으로 정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게 하고, 노동자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 관련 사측의 무차별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 이름은 배달호·김주익 열사 사망과 2014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손배·가압류에 맞서 시민이 노란 봉투에 모금을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 지난해 7월 파업을 마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470억 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폭탄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월 21일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유 없이' 장기간 계류돼 본회의에 직회부 됐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직회부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으나 지난달 26일 모두 기각됐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에 맞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을 예고했으나 이날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본회의에 보고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무력화하고자 철회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늘 정상적으로 표결이 끝나면 본회의가 끝나는데 그러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가 잡힐 수 없어 탄핵소추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주말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이 위원장 탄핵소추 표결을 막으려 필리버스터를 포기한 것이다. 민주당은 방통위원장 외에도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도 발의했다. 탄핵소추안은 모두 본회의에 보고됐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 통과에 "뜻깊다"고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그동안 10년이 넘게 사회적 논의가 있었던 노란봉투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매우 의미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은 파업 유도법이 아니라고 수차례 강조했다"면서 "삶의 벼랑 끝에 선 분들에게 손을 내미는 인권법인 만큼 법안 통과로 노동 현실 개선과 사회적 타살로 말미암은 죽음이 계속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배달호, 김주익 등 많은 열사들이 살인적인 손배·가압류에 항거하며 목숨을 잃은 지 20년 세월이 흘렀다"며 "노란봉투법은 노사평화 교섭법이다. 손배소 폭탄 앞에 파괴됐던 노동자 삶을 지키고,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을 제대로 보장하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노란봉투법과 함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방송3법은 한국방송공사(KBS), 문화방송(MBC),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지배 구조를 바꾸는 법안이다. 핵심은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 수를 현행 9명(MBC·EBS), 11명(KBS)에서 각각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등 외부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과 경제단체들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었다. 윤 대통령은 앞서 거부권을 행사해 양곡관리법 개정과 간호법 제정을 무력화한 바 있다.
홍 원내대표는 "국민 기본권을 지키는 인권 법안이라는 측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정부·여당이 열린 자세로 임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일하는 시민의 간절한 염원을 정부·여당이 거부할 권리가 없다. 만약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 즉시 국민이 대통령을 거부하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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