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한 달
정부, 4000만 원 들여 홍보 자료 제작
오염수 관련 10가지 의혹 사실 검증
국민 불안 없앨 근본 원인 해소는커녕
말로만 '안전' 강조...억지 해명 지적도
도쿄전력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흘렀습니다. 안전 문제는 여전히 논란입니다. 정부는 "국민 생명과 바다 생태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합니다. 그런 정부가 최근 오염수에 대한 각종 우려를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으로 규정한 홍보물을 제작했습니다. 4000만 원을 들여 고속열차(KTX)에 비치하기도 했습니다. 오염수 위험을 걱정하는 쪽에서는 이 홍보물을 '정부가 퍼뜨리는 괴담'이라고 비판합니다. 전문가들과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대표적인 10가지 의혹마다 '괴담' 도장을 찍고 '가짜 뉴스'라는 정부 주장을 다시 뜯어봤습니다.
1) 문재인 정부는 방류 반대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찬성한다? (○)
정부는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방출에 대해 절대 반대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반대' 목소리를 제대로 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됐고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인데, 이 명제는 아직 논란이 이어지는 영역입니다. 오염수 안전성과 방류가 미칠 영향은 현재 어떤 주체도 확정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2) 방류된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 범벅이다? (△)
정부는 일본이 오염수 농도를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방사성 물질보다 적은 수준으로 떨어뜨려 바다로 내보낼 계획이기 때문에 이 주장이 '가짜'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커피 한 잔, 바나나 한 개의 삼중수소 수치를 제시합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필수 전해질인 포타슘과 원전에서 만들어지는 인공 방사능 삼중수소를 단순 비교하는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200cc 기준 커피 한 잔에는 약 14베크렐(Bq)의 칼륨 40이라는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칼륨 40은 채소·과일에 풍부한 필수 영양소입니다. 인체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비정상적인 오염수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과 성질부터 다릅니다.
3) 방류 오염수가 3개월 뒤 우리 바다 덮친다? (△)
연구소마다 시뮬레이션 조건과 조사 방법이 달라 분석값은 천차만별입니다. 한 달 안에 국내 바다로 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고, 10년은 지나야 온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부는 여러 분석과 견해 중 하나를 콕 집어 '괴담'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런 식이면 정부가 주장하는 오염수 도달 시간도 '괴담 중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4) 방류 이후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할 것이다? (△)
정부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이 안심하기 전까지는 절대 수입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가 지금까지 유지되는 이유는 2019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한국이 일본에 승소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승소할 수 있었던 주요 근거는 후쿠시마 바다 환경에 대한 불신입니다. 하지만 이번 오염수 방류 조치 과정에서 이 논리가 무색해졌습니다. 다시 분쟁이 벌어지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국민이 안심하느냐 마느냐는 수입 조건이 아닙니다.
5) 후쿠시마 서식 우럭이 우리 바다까지 헤엄쳐 온다? (Ⅹ)
정부는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후쿠시마 인근 해역 어류가 한국 연안까지 건너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6) 다른 방법도 있는데 돈 아끼려 바다에 방류한다? (○)
정부는 삼중수소를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일반적인 처리 방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반 원전과 사고 수습이 제대로 안 된 원전에서 나오는 물질을 같이 비교하는 것부터 이상합니다. 비용 문제는 고려 사항이 아닌 것처럼 주장하지만 일본은 2013년부터 소위원회에서 검토한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 가장 값이 싼 해양 방류를 택한 것도 사실입니다.
7)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을 편들고 있다? (○)
정부는 '억측'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괴담'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2년 전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리자 IAEA는 전적으로 일본 편에 섰습니다. 해양 방류 지지 목소리를 냈습니다. 심지어 2·3차 시료 분석도 끝나지 않았는데 지난 7월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최종보고서를 일본 정부에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IAEA는 알프스(다핵종제거설비) 성능 평가도 하지 않았고 자체 자료 수집도 안 했습니다. 그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제공한 자료만 보고 보고서를 썼습니다. 바다 생태계 환경영향평가 등도 하지 않았습니다.
8) 우리나라는 IAEA만 믿고 검증도 하지 않는다? (○)
정부는 '사실과 다릅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지난 5월 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과학자 검증팀이 알프스를 시찰했습니다. 말 그대로 '시찰', 일본이 보여주는 것만 보고 온 게 전부였습니다. 정부는 참여자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으며 외부 전문가도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검증단이 안전 검증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9) 삼중수소는 어류에 농축돼 생태계를 파괴한다? (△)
정부는 '비과학적 주장'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물 형태로 존재하는 삼중수소는 생명체에 농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삼중수소는 인체와 다른 생명체에 위험을 끼칩니다. 환경영향평가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많을 뿐 후쿠시마 바다에는 이미 대규모 핵종이 고루 축적돼 있습니다.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10) 오염수 방류하면 우리 소금 오염된다? (Ⅹ)
정부 대답은 '사실이 아닙니다'입니다. 전문가도 오염수 때문에 서해 소금이 오염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합니다. 소비심리가 위축돼 불안을 느끼는 시민이 많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자문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정리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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