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역할 경북 고령 모래톱
31일 합천보 닫혀 잠길 위기
환경단체 "3월 초로 미뤄야"

겨울이면 몽골에서 한국을 찾는 독수리 무리에게 먹이를 주는 이른 바 ‘독수리식당’은 낙동강 지천인 경북 고령군 회천에도 있다.

독수리 먹이는 ‘주방장’ 역할을 맡은 고령군 우곡면 포2리 곽상수 이장이 주는데, 회천 모래톱에 밥상을 차린다.

회천은 가까운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 수문을 열면 수위가 낮아지면서 자연스레 모래톱이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22일 합천보 수문이 모두 열리면서 회천 모래톱이 드러났고 독수리식당도 성업했다.

환경부는 지난 18일 오전 9시를 기점으로 합천보 수문을 닫기 시작했다. 수문은 오는 31일 모두 닫힌다. 목표 수위는 9.2m로 회천 모래톱은 서서히 잠길 전망이다.

환경단체는 앞서 모래톱이 드러나자 겨울을 나는 야생생물이 크게 늘었다며 합천보 수문 개방 연장을 요구한 바 있다.

애초 합천보 상류 농업용수 공급 요청이 없다면 합천보 수문을 닫는 기간은 내달 2일부터 15일까지로 미뤄질 전망이었으나, 환경부는 수위 조절 계획을 그대로 따랐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설 연휴 전인 지난 20일 창녕군 이방면·대구 달성군 현풍읍 일대 농민 낙동강 양수장 이용 실태를 벌인 결과, 일러도 3월 중순 이후 가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장 급하게 물을 댈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2월 10일께나 2월 말께 물 공급은 특수한 때로 지난해처럼 대형 양수기를 동원하는 식으로 올해도 개별 사안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천보 수문 폐쇄는 지난 설 연휴 잠시 멈췄다가 재개할 전망이다. 환경단체는 지난해 2월 모래톱에서 벌인 바 있는 수문 개방 농성도 마다하지 않을 태도다.

낙동강네트워크는 합천보 수문 폐쇄를 “실태 파악 없이 내린 탁상행정 결과”라며 “농민 처지도 살피면서, 뭇 생명을 대변하는 선택으로 2월 말이나 3월 초 양수장 이용에 맞춰 수위 조절 계획을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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