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의 거듭된 요구에도 결국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 수문이 다시 닫힌다. 낙동강 모래톱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 생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낙동강청)은 18일 오전 9시를 기점으로 합천보 수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2일 모두 열렸던 합천보 수문은 이날해 오는 31일 모두 닫힐 전망이다. 목표 수위는 9.2m다.

최근 내린 비 영향으로 수위 조절 일정이 다음 달로 미뤄지는 듯했으나, 기존 계획에 따라 이날 수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낙동강청 관계자는 “합천보 상류인 대구와 경북지역 강수량이 수위 조절 일정에 변화를 줄 만큼은 아니었다는 환경부 판단에 따른 조처”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천보 수문을 열자 물이 흐르면서 최근 낙동강 모래톱이 드러났다. 모래톱은 강가나 바닷가 모래벌판이다.

강산을 잇는 생태가 대부분 도로로 끊긴 탓에, 어렵게 드러난 모래톱은 야생생물 쉼터로 쓰인다.

마침 낙동강과 낙동강에서 갈려 나온 물줄기인 회천 등 모래톱이 드러난 데에 최근 호사비오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천연기념물인 새가 여럿 머물렀다.

영남권 시민이 지난 14일 합천보 상류 창녕군 이방면 장천리 모래톱에서 낙동강이 온전히 흐르기를 바라며 절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영남권 시민이 지난 14일 합천보 상류 창녕군 이방면 장천리 모래톱에서 낙동강이 온전히 흐르기를 바라며 절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경남을 비롯한 대구, 경북, 울산 등 영남권 시민은 지난 14일 낙동강 모래톱을 걸으며 합천보 수문 개방을 연장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합천보 수문 개방 연장을 요구했던 환경단체는 환경부 판단을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인근 농경지 물 이용에 제약이 없으면 합천보 수문을 내달 닫는 계획도 있었으나 환경부는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근 농경지에 물이 필요해서 합천보 수문을 닫는 셈인데, 최근 내린 비로 가물었던 밭은 나름 해갈했다”고 주장했다.

농경지에 당장 물을 댈 까닭이 없으니 수문을 빨리 닫을 까닭도 없다는 뜻이다.

실제 농업용수 공급 요청이 없다면 합천보 수문을 닫는 기간은 내달 2일부터 15일까지로 미뤄질 계획이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일부 농민 주장을 여론으로 수렴해서 내린 판단으로 여러 농가를 답사하거나 증언을 듣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환경부에 수문 개방 연장을 재차 요구하면서 결단을 기대했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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