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서 먹는 동네 빵집…맛도 건강도 빵빵하게…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줄 서서 먹는 동네 빵집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밥집은 간혹 대기표를 받고 기다린 적이 있지만, 빵집은 그런 경험이 없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군산 이성당 등 동네빵집은 한참을 기다렸다 살 정도라고 듣긴 했다. 물론 경험하진 못했지만, 경남 지역 다른 동네빵집도 그럴 수도 있다. 한 수필가가 진해구에 장인이 만드는 동네빵집에서 한참을 줄 서서 겨우 빵을 골라서 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어떤 빵집인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곧바로 찾아갔다. '카페 깜빠뉴'다.

건물 외벽은 밀가루 색인 흰 바탕에 초콜릿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조리도구가 걸려 있는 모양의 무늬도 곳곳에 부착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2011년 대한민국제과기능장, 2014년 대통령 표창, 2015년 경상남도 제과제빵 최고장인 선정 등의 문구가 눈에 띈다. 이선구(53) 대표의 이력이다. 이 대표는 진해구 용원 쪽에 '팥트라슈'라는 빵집 2개를 열고 있고, 2015년 11월에 진해구 마린푸르지오 정문 앞에 '카페 깜빠뉴'를 열었다.

마산 고려당 제과점에서 제빵 시작

이 대표는 1981년 마산 고려당 제과점에서 시작해 35년째 빵을 만들고 있다. 국제기능올림픽 제과 감독, 평가위원을 지냈고, 한국프로제빵왕경연대회 조직위원장, 심사위원장도 역임했다. 제과월드컵인 '월드페이스트리컵'에 한국단장겸 국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대한제과협회 부회장, 경남소상공인포럼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깜빠뉴'는 통밀가루를 갈아서 만드는 프랑스 시골빵을 말한다. 편하게 앉아서 건강한 빵을 식사처럼 드실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카페에 맞게 빵 40여 종을 정했고, 의자 하나부터 벽에 그림 하나까지 모두 다 구상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세심한 노력 탓일까. 소문은 빠르게 났고, 빵이 불티나게 팔렸다.

가격대 높은 편이지만 값어치 하는 알찬 빵

추천 빵을 맛봤다. 가장 많이 팔린다는 '마늘바게트'. 바게트 속에 마늘소스와 마늘 크림이 들었다. 마늘 향과 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졌다. 바게트 겉은 바삭하고, 속은 소스가 들어서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버터와 생크림이 1대 1로 들었다. 생크림이 들어서 더 부드럽다.

'양파 베이글'은 베이글을 잘라둔 사이에 양파, 생크림, 크림치즈가 들었다. 크림에 생양파를 다져 넣어서 양파 향이 깊게 났다. 생크림은 크림치즈의 느끼한 맛을 잡아줬다.

'검정고무신' 빵은 오징어먹물이 들어서 색부터 남다르다. 빵 속에 팥앙금과 우유버터가 들어가서 달콤하고, 고소했다.

3일간 숙성한다는 '팡도르' 빵은 은은한 맛이 난다. 카스텔라와 비슷한 식감이지만, '팡도르'는 제과인 카스텔라와는 다르다. '팡도르'는 반죽해서 급랭시켰다가 다시 해동시키고, 계속해서 반죽을 하며 서서히 숙성을 시킨 빵이다. 그래서 빵의 결이 살아있었다.

'팥트라슈' 빵집에서도 판매하는 팥빵도 인기 메뉴다. 팥소 팥알이 살아있고, 호두 등의 견과류도 씹힌다. 팥이 많이 달지 않았다. 팥을 삶을 때 5번씩 물갈이를 하면서 사포닌 독소가 완전히 빠지게 하고, 끓기 시작할 때 찬물을 넣어서 팥알이 살아있게 한다고 했다.

케이크도 특색이 있다. 타르트, 생크림 케이크 2종류가 있는데, 생과일이 듬뿍 올려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딸기, 청포도, 블루베리, 오렌지 등이 타르트케이크 위에 빈틈없이 들었다. 조각 케이크로 만들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했다. 케이크는 100% 동물성 생크림으로, 순수 우유로 만들어서 모양이 기존 케이크보다 화려하지는 않다. 투박하지만 부드럽고 내용을 실하게 했다. 이 대표는 "케이크에 과일을 정말 한 주먹씩 넣는다. 생크림도 듬뿍 넣어서 손님들이 '바로 이거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굽는 순간 노화되는 빵, 냉동보관이 가장 좋다

이 대표는 하루 동안 팔고 남은 빵은 진해구청에 기부한다.

그는 요즘은 천연발효종 '르방'으로 거의 모든 빵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하루 전날 빵 반죽을 해서 저온 숙성(발효)을 해서 서서히 부풀게 해서 다음 날 성형을 해서 빵을 구워낸다고. 바로 빵을 반죽해서 만드는 것보다 소화가 잘된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프랑스에 가서 1주일간 '르방'으로 빵을 만드는 법을 더 배워왔다.

이 대표는 "빵은 생물 중의 생물이다. 가장 빵을 맛있게 만드는 것은 정성이다"라고 전했다.

빵 전문가답게 빵을 잘 보관하는 팁도 알려줬다. 그는 "빵은 구워지는 순간부터 노화가 된다. 사실 빵은 다 식었을 때 먹는 것이다. 대부분 빵을 사 가면, 습관적으로 냉장고에 넣는다. 냉장고보다는 실온, 실온보다는 냉동 보관이 좋다. 남은 빵은 냉장고가 아니라 냉동고에 보관해야 한다. 그래야, 노화가 지연된다. 냉동실에 뒀다가 다시 먹을 때 꺼내서 10∼15분쯤 되면 자연적으로 해동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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