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특급 소방수 되겠다"

지난 4월 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KIA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 시리즈 2차전.

0-3으로 끌려가던 6회초 NC 김경문 감독은 아직 팬들에게 낯선 신인 박준영(19)을 마운드에 올렸다. 3점 차밖에 나지 않아 충분히 쫓아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올해 처음 프로 무대를 밟은 신인 투수를 올린다는 건 웬만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

김 감독의 호출을 받은 박준영은 이날 백용환을 2구 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9번 타자 김민우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맡은 임무를 완수했다.

1차 지명으로 올해 NC 입단

정규시즌 2경기 만에 1군에 데뷔한 NC다이노스 투수 박준영을 시즌 개막 전인 지난 3월 29일 마산구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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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영 NC다이노스 투수./박일호 기자

초등학생 때 야구를 시작한 박준영은 남양주리틀야구단과 서울 잠신중을 거쳐 경기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올해 NC에 입단했다.

"솔직히 놀랐어요. 3학년 때 성적이 안 좋았거든요. 지명받더라도 2차 정도 생각했는데 구단에서 높게 평가하시고 1차에 뽑아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박준영의 원래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하지만 NC 구단은 지난해 박준영을 '2016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선발할 때 투수 전향을 염두에 뒀다.

NC는 고교 시절 박준영이 투수로서 보여준 능력에 주목했다.

박준영은 고2 때인 2014년 4경기에 등판해 8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5경기에서 14.1이닝을 던지는 동안 무려 19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평균자책점 0.63으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3학년이 될 때쯤 팀에 투수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저를 마운드에 올렸는데 결과가 좋아서 계속 던지게 됐죠.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계기입니다."

타자로서도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던 박준영은 투수 전향이 아쉽지는 않았을까?

"사실 둘 다 자신 있었어요. 하지만 감독님이 끌어주시는 쪽으로만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명받고 감독님을 처음 뵌 자리에서 투수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긴 했는데…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투수로서 능력을 더 높게 보신 것 같아요. 감독님의 결정을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 어떤 포지션을 하더라도 못하면 모두 제 책임이잖아요. 맡은 보직에만 온 힘을 다하려고 해요."

박준영은 시범경기 10경기에 모두 구원 등판해 10과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 구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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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영 NC다이노스 투수./박일호 기자

투수 경력이 얼마 되지 않지만 박준영은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고등학교 때 직구 최고 구속은 149㎞까지 나왔어요. 변화구는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습니다. 제일 자신 있는 구종은 커브예요. (슬라이더가 좋다는 평가던데?) 글쎄요. 슬라이더가 상대적으로 제구력 잡기가 쉬워서… 전 잘 모르겠어요."

자신의 장점으로 '제구력'을 꼽는 박준영은 야수 출신이라서 번트 수비와 견제에도 자신 있다고 밝혔다. 스스로 볼에 힘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박준영은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보완하겠다고 했다.

올 시즌 목표는 1군 생존

박준영은 앞선 몇 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홈런을 맞아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홈런을 맞으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박준영은 정규시즌은 아니지만 시범경기 두산전에서 정수빈에게 1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솔직히 당황했어요. 상대가 1년에 홈런을 몇십 개씩 치는 선수도 아닌데 말이죠. 던진 공이 실투였긴 했지만 넘어갈 줄은 몰랐어요"라며 멋쩍게 웃던 박준영은 "프로에서는 절대 실투를 하면 안 되는구나, 실투를 하지 않으려면 몸에 힘이 들어가면 안 되니까 긴장하지 말고 덕한 선배님이나 태군이 형(NC 포수 용덕한·김태군)이 주는 사인대로 미트만 보고 내 볼을 던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며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다짐했다.

박준영의 올 시즌 목표는 1군 생존이다. "너무 앞만 보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고 싶어요. 부상 없이 1군에 남아서 팀 우승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욕심 나는 목표가 없느냐는 추궁에 박준영은 조심스럽게 속내를 꺼냈다. "자책점이 너무 높지 않았으면 해요. 2~3점대 이상 안 올라가면 좋겠어요. 중간 계투로만 뛸 것 같아서 홀드 10개 안팎 정도가 목표치입니다."

맡고 싶은 포지션은 마무리 투수.

"마무리가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제가 긴장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이라 위기를 즐기는 면이 있어요. 고등학교 때도 마무리만 했었고요. 마무리가 적성에 더 맞는 것 같아요."

박준영의 롤모델은 지난해 은퇴한 손민한이다. 1997년 프로에 입단해 15시즌 동안 '에이스'로 군림한 손민한처럼 오랜 기간 꾸준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메이저리그는 꿈의 무대다. 하지만 박준영은 빅리그 진출에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저는 솔직히 한국에 남고 싶어요. FA가 돼도 NC 선수로 남아서 팀의 프랜차이즈가 되는 것, 그게 제 꿈입니다."

마산구장을 찾는 NC 팬들이 야구에 열정적이고 선수에게 애정이 많은 것 같다는 박준영은 팬들에게 "개막 엔트리 포함을 통보받은 오늘(3월 29일)에야 집을 구했어요. 최대한 빨리 좋은 모습 보여드려서 좋은 인상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으니 많이 응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아기 공룡 박준영이 어떤 선수로 성장하게 될지 관심을 두고 지켜보자.

※4월 23일 현재 박준영은 KBO리그 정규시즌 9경기에 모두 중간 계투로 마운드에 올라 9이닝을 던져 5피안타 4볼넷 11탈삼진으로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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