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탄압한 친일 인사냐vs한국전쟁 난민 구한 영웅 논란 법정 다툼으로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김백일 장군 동상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해가 바뀌어서도 거듭되고 있다. 철거 반대를 주장하는 기념사업회가 지난해 '철거 대집행 계고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시민단체연대협의회 등은 여전히 철거를 주장하며 최근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김백일 장군 동상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1심의 '행정대집행 효력정지' 결정에 대한 범대위 측의 항소 요구를 받아들인 거제시가 부산고법에 항소,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철거 둘러싼 공방 = 김백일 장군은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친일인사로 등재돼 있으며, 대통령 직속기관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가 낸 진상 규명 보고서에 본명은 김찬규로 간도특설대 중대장, 만주국 훈5위 경운장을 지냈다고 돼 있다.

논란은 강원도 속초에서 김 장군 동상을 건립하려다 무산된 후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에 동상을 건립하면서 시작됐다. 2011년 5월 27일 (사)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가 거제시로부터 동상 건립 승인을 받아 거제 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동상을 세웠다.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와 함북6·25전적기념사업회는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 과정에서 반대하는 미군을 설득해 피란민 10만여 명을 배로 남하시킨 김백일 장군의 업적을 기려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동상을 건립했다.

하지만, 김백일 장군의 친일 행적이 뒤늦게 알려지자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김백일 동상 즉시 철거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피켓시위 등을 벌였다. 2011년 6월 28일 거제시의회는 '친일파 김백일 동상 철거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 뒤, 경남도 지정문화재인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의 시설물 설치 '문화재 영향성 검토'를 거치게 돼 있는데,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남도는 거제시에 동상 철거 명령을 통보하기에 이르렀고, 불복한 기념사업회가 동상 자진 철거 지시에 응하지 않자 거제시는 '동상철거 명령·행정대집행 계고'를 했다. 이에 반발해 기념사업회가 거제시를 상대로 제기한 '동상철거 명령 및 철거 대집행 계고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 재판부인 창원지법 제1행정부는 지난해 5월 '동상 철거를 하지 마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향군인회와 6·25참전 유공자회 등 거제 보수단체들도 "동상 철거는 누란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한 영웅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철거 반대 집회를 하며 기념사업회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1심 판결에 반발한 '거제역사바로세우기를 위한 김백일 동상 철거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철거 운동을 계속 벌이는 가운데 "흥남철수기념사업회 측이 제기한 철거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 거제시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불쾌감을 표하고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연대협의회 탄원서 제출 = 이날 범대위 등 시민단체연대협의회와 거제시의회 황종명(새누리당) 의장 등 의원들이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소에 제출했다고 밝힌 탄원서 내용은 크게 2가지다. 김백일 동상 철거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내용과, 범대위가 마련한 토론회에서 학술적 의견을 개진한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안정애 씨의 발언을 기념사업회에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강원도 속초시에서 건립을 추진하다 시민들 반대로 무산된 김백일 동상을 거제시에 건립한 것은 거제시민의 자존심을 무시하는 일"이라며 "김백일은 지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항일독립운동을 탄압한 반민족 행위자로 결정해 발표한 인물로, 충절의 고장 거제에 동상을 건립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또 "시의 김백일 동상 철거 명령 및 행정대집행 계고처분이 온전히 집행될 수 있도록 시민의 이름으로 간절히 요청한다"고 탄원서에서 밝혔다.

범대위는 "법무부에서도 주요 사안으로 분류해 재판 과정 일체를 소상히 모니터링 하고 있는 이번 소송에 시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다"며 "최종심에서 어떤 결정이 나든 범대위 차원의 특단의 실력행사를 결의했다"고 밝혀 최종심 확정 뒤, 강제 철거 등의 가능성도 시사했다. 범대위는 추가 서명을 받아 재차 탄원서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항소심 재판을 하고 있는 거제시는 재판 결과를 기다리며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기념사업회 측도 재판 진행 과정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시민단체들의 회견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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