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김백일 동상 철거 패소…김백일 기념사업회 "정당한 판결" 환영
일제강점기 친일행위자로 정리가 마무리됐으나 이들의 잘못을 가리고 기리려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같이 되풀이되는 역사 논쟁은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진성철)는 사단법인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가 거제시장을 상대로 낸 '동상 철거 명령 및 철거대집행 계고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거제시는 지난해 5월 "거제시는 철거명령을 취소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했고, 부산고법은 지난 16일 거제시의 항소를 기각했다.
친일행위자로 정리된 김백일이 최근 동상으로 되살아났다. 그는 일제강점기 항일독립군을 토벌한 간도 특설대 중대장 등 친일행적으로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 올랐다. 특히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 2009년 확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도 포함됐다.
◇동상 공익에 반하지 않는다? = 법원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거제시의 김백일 동상 철거명령은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행정적인 절차뿐만 아니라 김백일 동상을 거제포로수용소에 설치한 것이 적합한지 따졌고, 기념사업회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동상 설치 전에 시와 기념사업회가 동상 위치, 크기·재질 등을 협의한 점을 들어 문화재영향검토가 이뤄졌다고 봤다.
법원은 신뢰보호원칙에서 시가 동상설치 승인을 했다가 철거명령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가 친일행위자 김백일 동상 설치가 공익에 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거제시는 "동상 설치 승인이 대한민국 역사정신과 민족적 아픔, 일제치하에서 직접 고통을 당했던 선조와 그들의 후손, 그리고 이를 딛고 나아가야 할 역사적 소명의 수호, 거제시민의 화합, 정서적 안정과 통합, 법치국가의 원리, 행정의 법률 적합성 등의 공익을 수인 불가능할 정도로 침해하고 있으므로 동상 철거명령을 취소하는 것은 공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법원은 거제포로수용소에 김 백일 동상 설치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상이 설치된 장소는 한국전쟁 관련 유적지로서 반공교육의 장으로 이용되는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 흥남철수작전 기념비 옆이고, 동상 설치는 유적공원 설립목적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풀리지 않는 갈등 = 거제시가 친일인물 동상 설치를 승인해주면서 잘못 꿴 첫단추는 사회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
거제시 김경률 문화공보과장은 항소심 결과에 대해 "판단은 법원 몫"이라며 "상고 여부는 판결문을 받아보고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 측은 항소심 결과를 환영했다. 기념사업회 경남지역 방덕수 회장은 "정당한 판결이다. 시장이 허가를 해놓고 시민들이 친일로 철거하라고 하니 다시 철거하라는 것은 이유없다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기념사업회 한 회원은 김백일의 친일문제에 대해 "종북 같은 것이다. 왜정 때 공부하면 친일이냐, 군에 안 갈 수 없었다. 친일파로 몰아붙이는 옳지 못한 유행병이다. 너무 행동의 자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제역사 바로세우기를 위한 김백일 동상철거 범시민대책위원회'는 동상 철거 목소리를 높였다. 거제개혁시민연대 류금렬 부대표는 "친일반민족 행위자 김백일 동상을 지켜볼 수 없다.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를 기리는 동상을 세우는 것을 막는 법률을 만들어서 이제는 그런 시도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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