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만 방재언덕 확정 초읽기] 전면 재검토 가능성은?
방재언덕 설치공사가 재검토된다.
18일 오후 3시 마산지방해양항만청(청장 박준권) 4층 회의실에서 열린 '마산구항 방재언덕 설치공사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 최종보고'에서 박준권 청장은 방재언덕 설계를 재조정하겠다고 결론 내렸다.
이날 자리에는 창원시와 마산합포구청, 태풍피해희생자유족회, 오동동상인연합회, 해안상인협회, 마산어시장상인회, 동성새롬미리내아파트 주민, 마산어시장사업협동조합, 장어거리상가번영회, 기선권현망수협마산지소, 마산수산업협동조합 등 지역주민과 시민·환경단체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했다.
모두들 지난 17일 마산지역을 비껴간 태풍 '산바'에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말문을 열었다. 참석자 대부분 설계 재검토를 요청했다. 방재언덕 높이와 배수시설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장어거리상가번영회 김봉수 회장은 "방재언덕 높이가 4m라고 치자. 만약 폭풍 해일이 2m일 때 마산구항은 안전하겠지만 오동동과 서항지구는 범람할 것이다. 그 바닷물은 저지대인 구항지구로 몰린다. 이렇게 되면 침수는 뻔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또 "친수공간과 산책로 말은 좋은데 여름에 온실효과가 걱정된다. 방재언덕이 사람 키보다 높은데 바람이라도 불겠느냐. 또 2m를 강화 유리로 만든다고 했는데 염분이 낀 유리는 매일 해양청이 닦을 것이냐"며 "마산만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설계를 다시 해야한다"고 말했다.
마산수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태풍을 막으려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다르다. 현재 수협 위판장 폭은 40m다. 그런데 방재언덕 공사 후 폭은 20m로 줄어들게 된다. 30m도 안 되는 공간은 판매를 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또 현재 설계를 보면 마산수협 남성동 공판장이 잔디마당이 된다. 그런데 수협 유류탱크가 묻혀있다. 어선이 오면 기름을 넣는 곳이다. 이를 무시하고 잔디를 깐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설명했다.
남성수산센터 상인은 "17일 태풍 산바 때 해일이 없었지만 수협 쪽에서 물이 밀고 들어왔다. 남성수산회센터 뒤로 전부 물바다였다. 결국은 침수가 문제다. 앞에 둑을 막아도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특히, 이날 창원시가 방재언덕 설치공사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며 배수 시설을 보완해달라고 요청했다.
창원시 재난안전과장은 "태풍 산바 때 상황실에서 구항지구를 모니터했다. 또 만조가 되면 파도가 찰랑찰랑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방재언덕 설치에는 이견이 없지만 서항지구에서 구항지구로 밀려오는 바닷물을 어떻게 배수할지가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방재언덕 높이를 낮출 수는 없느냐. 해일이 올 때만 방재를 해주는 시설로 검토해달라. 시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창원시 공식적인 입장은 앞으로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이 방재언덕을 설치하는데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 항만개발과 마산항담당 직원은 "방재언덕은 창원시 요청에 의해 시작된 사업이다.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박준권 청장은 "방재언덕 높이를 낮춰달라는 주민 의견이 많은데 재조정하겠다. 또 지역 주민들이 거론하는 문제를 다시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앞으로 제2의 매미가 올 수 있다. 대비가 필요하다. 앞으로 공사 중에 발생하는 상권 침해 문제는 또다시 고민하겠다. 가능하면 대안입찰로 시공업체가 모든 설계를 해결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안전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은 마산만 방재시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사무국장은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재언덕 설치로 마산만을 매립하는 것은 해수범람터를 계속해서 잠식하는 것으로 오히려 시가지 침수 피해를 부추기는 결과를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마산만 연안 주변의 개발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계획을 수립하는 게 방재대책의 첫발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설치될 방재시설은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마산항에 대한 전반적인 재해방지시설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방재언덕 설치공사와는 별도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오는 20일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은 방재언덕에 대한 기본·실시설계용역을 끝내고, 오는 12월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사업 재검토로 미뤄지게 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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