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만 방재언덕 확정 초읽기] (중) 다시 짚어본 찬반쟁점
17일 오전 태풍 '산바'가 남해안에 상륙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동 일대와 마산구항 일부분이 물에 잠겼다. 바닷물이 해일로 범람하지 않았지만 장어골목 일대부터 어시장 입구까지는 물이 성인 무릎보다 위까지 차올라 전면 통제됐다.
이로 인해 마산만 방재언덕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은 더 촉발됐다. 방재언덕을 둘러싼 찬반 쟁점을 다시 짚어봤다.
◇해일 대비-침수 대비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은 '폭풍해일'에 초점을 둔다.
항만공사과 유동주 계장은 "방재언덕 높이는 4m다. 지난 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 마산만은 만조 수위(2.23m)보다 높은 4.32m 해일이 발생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재시설이 필요하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치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마산 해안가 중 마산구항 1.25㎞에만 언덕을 설치하는 것은 인근 저지대에 횟집들이 즐비해 유동인구가 많아 큰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즉 폭풍해일이 발생하면 방재언덕으로 해일을 1차적으로 막아 주민들이 대피하는 시간을 벌겠다는 게 주 사업의 목적이다.
하지만, 지역 시민·환경단체는 마산만은 해일보다는 '침수'를 막는 대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내습 때 마산지역에 큰 피해가 난 이유는 마산만 해수면 만조시각과 겹치면서 바닷물이 제때 빠져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해일에 대한 충격보다는 침수를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매립지인 마산구항 일대는 배수 능력이 떨어지고, 창원시가 구항 매립지에 배수펌프장을 조성하는 등 상습침수지역 항구대책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침수된다고 지적했다. 17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마산지역 만조시각은 오전 9시 16분으로 최고 270㎝까지 바닷물이 높아졌다. 폭풍해일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2시간 넘게 이 일대는 물바다였다.
이에 마산YMCA 차윤재 사무총장은 "매미 때 피해도 이번처럼 큰 파도가 아니라 스르르 밀고 들어오는 바닷물과 시가지 내 하수관을 통해 역류하는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서였다. 만약 방재언덕이 설치된다면 방재언덕 사이로 물은 쉽게 들어찰 것이고 시가지 침수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난 막자고 4m 언덕을 세워?
조망권 침해도 방재언덕 사업의 걸림돌이다. 방재언덕은 해안가와 최고 70m 거리를 두고 설치된다. 마산 횟집구간에서 바다를 바로 볼 수 없게 된다.
어시장해안상가협회는 방재언덕이 설치되면 해안가 조망권을 잃게 돼 이곳에서 장사하는 횟집 등 상가들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재언덕공사 상인보호 대책위 박기동 위원장은 "마산해양항만청은 주변상인의 생활환경오염 등 재산상 피해를 알면서도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은 조망권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마친 결과 큰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항만공사과 관계자는 "방재 언덕은 해안에서 최고 70m 떨어져 있고 10m 너비로 조성돼 기존 상가지역보다 원거리에 있다. 또 방재언덕 4m 중 나머지 2m는 투명 강화벽으로 축조돼 조망권 확보가 가능하다. 언덕 뒤 매립 터는 해양 친수 공원으로 조성해 구간에 따라 공원과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복합 조망권이 확보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배수에 대해서는 "배수 시간을 최소화하고자 방재 언덕 안에 별도 배수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또 창원시의 배수펌프장과 연계해 진행할 것이다. 해수면이 높아져도 2차 피해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바다를 직접 보는 것과 유리를 통해 보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8일 오후 3시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은 '마산구항 방재언덕 설치공사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결과 보고회'를 다시 연다. 이 자리에서 방재언덕을 둘러싼 갈등이 좁혀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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