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조선 경제가 풍랑을 맞고 있다. 중소 조선기업 삼호조선의 파산에 이어, 올해 말 워크아웃이 끝나는 신아sb와 21세기 조선도 청산형 법정관리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기업은 2008년 이후 선박 수주 실적이 전혀 없어 이대로는 소생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신아sb의 처지는 더 안타깝다. 5월 중순 유럽 선사와 6척의 수주 의향서를 체결하긴 했으나, 채권단 은행이 선수금환급보증(RG)을 해주지 않아 수주를 하더라도 배를 만들지 못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RG란 조선업체가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아 배를 만들다 약정 기간에 완성하지 못할 경우 금융회사가 선수금 환급을 보증하는 제도이다. 2008년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 이후 은행들이 RG 발급을 중단한 것이 조선업계 위기를 가중시킨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아sb는 오랜 연륜으로 지역의 조선업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하며 조선업의 흥망성쇠를 몸소 웅변하는 기업이다. 1990년대 모기업 대우그룹의 몰락 이후 종업원지주회사로 거듭 나면서 IMF 구제금융 시기에도 살아남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전방위 로비로 악명을 떨친 이국철 회장의 SLS 그룹이 인수한 이후 불법적으로 몸집을 부풀리다 추락하고 말았다.

신아sb 노동자들은 정부 대주주 은행에 RG 발급을 요구하며 국토대장정을 떠났고, 지역 사회도 시민 대책위를 꾸려 머리를 맞대고 있다. 17일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 이군현 의원이, 선거 운동 당시 3000억 원 펀드 조성 운운하며 지역 조선 기업 살리기에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천명한 것과 달리 경제 논리를 내세우며 뒷짐 지는 모습을 보인 것이 입방아에 오른다. 이 의원의 주장처럼 채권단을 함부로 압박할 수 없다는 말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때와 생각이 바뀌었다면, 통영 경제를 떠받쳐 왔던 조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어떻게 보장해야 할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맞다. 기업 범죄, 조선 경기의 부침, 세계 경기 침체 등의 여파가 죄 없는 조선 노동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가는 일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손으로 일군 건실 기업이 범죄 기업의 수중에 들어가 도산을 맞는 일이 없도록 지역민이 발 벗고 나서는 일에 지역 정가가 힘을 보탤 생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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