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진행된 사업이 만신창이가 되면서,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도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한 책임은 전임 도지사에게 묻는 것이 정상이지만, 현재도 계속되는 사업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직 경남도지사가 이를 인정하고 분명히 한 것이다.
남해안 시대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진행된 이순신 프로젝트에서 이미 25개 사업은 종료된 상태이고, 경남도의 사업수정으로 총 4120억 원의 사업비 중에서 약 240억 원 정도의 절감효과만 예상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도가 아니라 살림을 거덜내고 새로이 시작해야 할 판이다.
사업의 구체적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거북선과 판옥선의 복원은 짝퉁시비에 휘말려 있고, 12억 원이 투입된 '거북선을 찾아라'는 사업과 2억 5천만 원이 들어간 '이순신 밥상'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광역이나 기초 자치단체 수장들의 교체 이후에도 전시행정의 전형인 이런 사업들이 계속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집행되어야 하는 불합리는 없애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현직 경남도지사의 사과성명은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집행된 사업비용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책임문제에서 사업 결정권자가 아니라 감독권한을 가진 집행 담당자에 대한 책임추궁으로만 귀결된다면, 이것은 더욱 큰 문제를 숨길 뿐이다.
즉, 문제의 본질은 건드리지 못한 채 꼬리만 자르는 우를 계속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전시행정들은 끊임없이 반복될 소지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번 기회에 법, 제도적 정비는 불가피하다.
정부예산으로 전시행정을 벌인 책임 대부분은 선출직 단체장들에게 있다. 민간부문서 잘못된 사업결정을 한 당사자들은 시장에서의 퇴출이라는 징벌로 나타나지만, 공공부문에서는 책임 추궁이 사실상 어려웠다.
이런 현실에서 나랏돈은 빼 쓰는 사람이 임자라는 비아냥이 진리인 양 치부되어 왔다. 이런 현실을 고치려면 사업유치와 결정에 앞장섰던 당사자에게 법적 구상권을 행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최소한 도덕적 책임추궁은 공론화돼야 한다. 정부재정을 피폐하게 만든 책임을 묻는 과정이 있어야 이런 황당무계한 일이 재발하지 않을 수 있고, 지역사회의 발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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